[창간특집]‘성장’ 찾아 중국으로… ‘자원’ 캐러 인도로…

  • 입력 2006년 3월 31일 03시 01분


치열해지는 국제 철강 업계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한국 업체들도 원료와 판로를 찾아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포스코 포항제철소에서 한 근로자가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치열해지는 국제 철강 업계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한국 업체들도 원료와 판로를 찾아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포스코 포항제철소에서 한 근로자가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세계 철강 시장은 권역별로 통합되는 추세다. 인수합병(M&A)으로 인한 거대 철강 기업의 탄생과 통합화, 글로벌화의 흐름이 두드러지면서 세계 유수의 철강 기업들이 국적과 상관없는 경쟁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의 모든 지역이 경쟁 지역이다. 판매 경쟁은 물론, 기술 개발과 원료 확보에 이르기까지 세계 곳곳에서 치열한 경쟁이 진행되고 있다.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한국 기업들도 세계 거대 기업을 상대로 시장 개척과 원료 확보를 위한 ‘총성 없는 전쟁’에 뛰어들고 있다.》

○ ‘글로벌 포스코’ 가속화

한국의 대표적인 철강 기업인 포스코는 현재 세계 42개의 해외 법인을 운영하고 있다. 포스코가 이들 해외 법인에 투자한 금액은 모두 12억8100만 달러(약 1조2810억 원)에 이른다. 포스코는 또 120억 달러를 투자해 인도에 일관제철소를 건설할 계획이다.

포스코의 해외 진출은 원료 확보의 필요성에서 시작됐다. 포스코는 1978년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 타노마 탄광을 개발하기 위한 법인을 설립했고, 1980년대 초반에는 호주와 캐나다에 현지 탄광 개발을 위한 법인을 잇달아 설립했다.

시장 개척을 위한 활동도 활발히 진행됐다. 1984년 대미(對美) 수출입 활동을 종합 관리하는 현지법인 POSAM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세웠고, 이어 2년 뒤 미국 US스틸과 합작한 UPI를 설립해 세계 최대 철강시장인 미국에 판매 거점을 확보했다. 이를 전후에 홍콩과 일본 등에도 현지 법인을 세웠다.

베트남과 미얀마, 중국 다롄(大連) 순더(順德) 장자강(張家港) 등지에 현지 공장을 세운 것은 1990년대 이후다. 이어 포스코는 1990년대 말 브라질 등지에 공장을 설립하면서 중남미 진출을 시작했다.

○ 성장 가능성 염두에 둔 ‘윈윈 전략’

포스코 측은 최근 포스코의 중국 및 동남아 투자 정책을 ‘윈윈(Win-Win) 전략’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해외에서 고부가가치제품을 생산해 현지의 산업 발전을 적극 뒷받침하고 고용창출도 지원하는 한편 포스코의 수익을 올리고 수출 시장도 넓힐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포스코는 가능하다면 핵심인력을 제외한 모든 부문에 걸쳐 현지 고용을 확대하고, 발생 수익의 현지 재투자도 적극 추진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포스코는 한발 더 나아가 소재까지 생산하는 일관제철소 건설에도 눈을 돌리고 있다. 포스코는 올해 7월 중국 장자강에 연산 60만 t 규모의 스테인리스 일관제철소 건설을 앞두고 있다.

포스코가 현재 가장 주력하는 사업은 인도 제철소 건설. 12조 원이 들어가는 큰 사업이다. 포스코는 2010년까지 연산 400만 t 규모의 일관제철소를 완성한 뒤 점차 1200만 t까지 생산 규모를 늘려나가기로 했다.

○ 현대제철-동국제강 ‘초일류’ 선언

생산량 기준 국내 2, 3위의 철강기업인 현대제철과 동국제강도 글로벌 경영을 통해 ‘초일류 기업’으로 거듭난다는 각오다.

특히 2010년 일관제철소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는 현대제철은 제철소 건설 못지않게 중요한 해외 원료 확보를 위해 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그룹 회장이 직접 나설 정도로 열의를 보이고 있다.

현대제철은 지난해 말 호주의 BHP 빌리튼사와 2010년부터 연간 400만∼500만 t의 철광석과 250만∼300만 t의 제철용 유연탄을 공급받기로 하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 자리에는 정 회장이 직접 참석했다.

현대제철은 철근, H형강 등 1000만 t 규모의 봉형강류 제품을 생산하는 세계 2위의 전기로 제강업체. 이 회사는 “앞으로 일관제철소 건설을 통해 판재류 시장까지 진출하게 되면 세계에서도 보기 드문 종합 철강회사로서의 면모를 갖추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제철의 주력 수출품인 H형강은 세계 수출입 물동량의 50%를 차지할 정도로 경쟁력을 인정받는 제품. 특히 최근에는 세계 굴지의 건설업체인 미국 벡텔사(社)로부터 H형강 주공급자로 선정돼 품질의 우수성을 입증했다.

동국제강도 지난해 12월 브라질 세아라 주에 대규모 철강공장을 짓기로 결정했다. 합작법인으로 설립되는 동국제강의 ‘세아라스틸’은 연 170만 t의 쇳물과 연 150만 t의 슬래브(후판 등의 원료)를 생산할 예정이다. 동국제강은 2009년 이후 75만 t 이상의 슬래브를 이 공장에서 공급받을 예정이다.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포스코 조성식 부사장…광양만의 기적, 인도 벵골 만서 반드시 재현▼

“원료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서는 해외 투자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이를 통해 세계 철강 업계의 선두 기업으로 더욱 확고히 자리매김하겠습니다.”

인도프로젝트를 담당하고 있는 조성식(사진) 포스코 부사장은 최근 활발해지고 있는 해외 진출 배경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포스코는 현재 인도 오리사 주에 일관제철소를 건립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인도 제철소는 연산 400만 t 규모로 3단계로 진행되며 1단계 준공은 2010년 말로 예정하고 있다.

“인도 프로젝트를 통해 앞으로 30년간 사용할 수 있는 6억 t 철광석 광권을 확보했습니다. 제철소 경쟁력의 관건은 원료의 안정적인 확보에 달려 있는만큼 이번 프로젝트는 포스코의 탄탄한 성장에 큰 밑거름이 될 것입니다.”

조 부사장은 “영일만과 광양만의 기적을 벵골만에서 기필코 재현해 보일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포스코는 2010년까지 국내외에 연간 5000만 t 조강 생산 체제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해외투자 사업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중국 장쑤(江蘇) 성 장자강에 연간 60만 t 규모 스테인리스 일관 생산 공장을 짓고 있다. 이 공장은 올해 하반기에 준공될 예정이다.

또 중국 동남아 중남미 동유럽 러시아 등에 신설 또는 기존업체 인수를 통한 추가 투자 기회를 다각도로 모색하고 있다.

최근 철강 업체들이 인수 합병을 통해 몸집 불리기에 나선 데 대해 포스코는 능동적인 전략으로 공격 경영에 나서고 있다.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등 이른바 브릭스(BRICs) 국가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 원료를 확보하고 기존 업체에 대한 지분 참여도 병행해 나갈 것입니다.”

▼동국제강 문영일 美지사장…세계적 기업과 브라질 공장 건설 글로벌화 시동▼

“브라질 진출로 동국제강은 기업 역사에 새로운 장을 열게 됐습니다.”

문영일(사진) 동국제강 세아라스틸 프로젝트 본부장 겸 미국지사장은 브라질 사업을 현지에서 진두지휘하고 있다.

세아라스틸은 브라질 슬래브공장의 법인명으로 동국제강은 세계 최대 철광석 공급사인 브라질 CVRD, 철강 설비업체인 이탈리아 다니엘리 등과 공동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공장은 지난해 12월 착공에 들어가 2009년부터 상업생산에 들어간다.

연간 생산량은 150만 t으로 이 중 절반 이상이 국내로 반입돼 선박용 후판 제조 등에 사용될 예정이다. 나머지는 브라질 현지에서 자체 판매할 예정이다.

“쇳물과 철강제품을 직접 생산하는 철강 공장을 해외에 짓는 것은 국내 업체 중 동국제강이 처음입니다. 후판생산을 위한 원재료인 슬래브의 안정적인 공급은 물론 제품 품질을 높이는데도 한층 유리한 고지에 서게 됐습니다.”

동국제강은 세계 철강업체들의 치열한 생존 경쟁에 맞서 글로벌 소싱 능력을 강화해 원가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일본 브라질 호주 영국 중국 등의 고로회사와 장기 공급계약을 체결해 나가고 있다.

글로벌 인재 육성에도 남다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인재풀을 가동해 어학 교육이나 현지 문화 교육 등 해외 주재원으로 상시 파견될 수 있는 인재들을 특별관리하고 있습니다.”

“수년 내 주문과 생산 출하를 고객 중심으로 완전히 전환할 것입니다. 또 중앙기술연구소를 중심으로 미래전략 제품과 시장 개발에도 박차를 가할 계획입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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