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리, 장동건, 다니엘 헤니….
광고시장을 주름잡는 스타 광고 모델들입니다. 그러나 잘나간다는 이들도 ‘대한민국’이라는 톱스타 앞에서는 잔뜩 주눅이 들 겁니다.
요즘 기업들은 국민들의 애국심 덕을 톡톡히 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미국의 ‘기업 사냥꾼’ 칼 아이칸 씨의 경영권 위협을 받고 있는 KT&G가 애국심의 최대 수혜기업이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KT&G는 3·1절을 기해 ‘아리랑’ 담배를 시장에 내놓았습니다. 그리곤 대대적인 ‘애국 마케팅’을 펼쳤지요. ‘아리랑은 대한민국의 혼이다’, ‘KT&G는 영원한 한국기업이다’ 등 애국심에 호소하는 광고문구로 소비자의 시선을 끌었습니다.
외국 자본에 대항해 국민이 뭉치자는 것이었습니다. ‘국산품 애용’ 구호를 들어본 것도 꽤 오랜만이었죠.
결과는 썩 괜찮았습니다. 시판 이후 4주간 판매량은 1000만 갑에 육박해 비젼(808만 갑), 엔츠(444만 갑) 등 웬만한 영문 브랜드의 당시 기록을 능가했죠. 시나브로, 한마음 등 지금까지 한글 이름 담배가 참패를 면치 못한 것에 비춰보면 대단한 선전이라는 것이 이 회사의 분석입니다.
외환은행 광고도 ‘장안의 화제’입니다.
축구 국가대표 이영표 선수가 매일 아침 외환은행 영국 런던지점에 걸린 태극기를 보기 위해 먼 길을 돌아간다는 내용이죠. 대한민국을 품고 세계로 나간다는 광고문안도 인상적입니다.
삼성 TV브랜드 파브의 ‘최고의 브랜드는 대한민국입니다’, SK텔레콤의 ‘우리는 대∼한민국입니다’라는 광고 카피도 모두 같은 맥락입니다.
특허청은 지난해 8월 광복 60주년을 맞아 상표출원 현황을 발표했죠. 이에 따르면 ‘독립’ ‘8·15’ ‘광복’ 등 광복절 관련 용어의 출원, 등록 사례가 266건에 이르렀습니다.
최근 WBC, 독일 월드컵 등 국가 대항 스포츠 이벤트들이 잇달아 열리는 것이 기업들엔 호재입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때도 기업들은 애국심에 많이 기댔거든요.
국민들의 가슴에 애국의 열정이 끓고 있는 건 좋은 일이겠죠. 하지만 정도가 지나친 것은 문제가 있지 않을까요. 그 기업들, 앞으로도 한국에서만 장사할 건 아니잖아요.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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