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KT, CEO-이사회의장 분리

  • 입력 2006년 4월 3일 03시 03분


《포스코는 2월 24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최고경영자(CEO)와 이사회의장 자리를 분리했다. 사외이사인 박영주 이건산업 회장을 첫 이사회의장에 선임했다. 2002년부터 이사회의장과 CEO를 분리해 온 KT는 지난달 30일 이사회에서 사외이사인 윤정로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를 새 의장으로 선임했다. 공기업에서 민간기업으로 탈바꿈한 대기업들이 잇따라 CEO와 이사회의장을 분리하고 있다. 투명경영을 위한 지배구조 개선이 명분이지만 경영효율 측면에서는 이사회의장과 CEO의 분리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지적도 나온다.》

○ 왜 분리하나

공기업에서 민간기업으로 변신했지만 뚜렷한 주인이 없는 KT와 포스코.

두 회사는 CEO와 이사회의장 자리를 떼어 놓는 것에 대해 ‘CEO는 경영에 전념하고, 이사회는 경영진을 견제하는 동시에 중요한 경영 현안에 대해 의사 결정을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포스코는 CEO인 이구택 회장이 △생산·기술 △마케팅 △기획·재무 등 각 부문장을 밑에 두고 이를 총괄한다.

이사회는 박영주 의장 밑에 △이사 후보 추천 및 평가위원회 △재정 및 운영위원회 △감사위원회 △경영위원회 등을 두고 있다.

국내 기업 가운데 처음 CEO와 이사회의장을 분리한 KT 이사회는 사외이사(8명)가 전체 이사회 멤버(11명)의 73%를 차지한다. 두 회사 모두 사외이사 중에서 임기 1년의 이사회의장을 뽑고 사외이사가 돌아가며 의장 직을 맡는다.

이와 달리 주주가 분명한 오너 중심의 민간 대기업에선 이사회의장과 CEO를 분리하는 이원적인 구도를 찾아보기 힘들다.

○ 외국기업은 어떻게 하나

CEO와 이사회의장을 분리하느냐 여부는 각 나라의 기업 문화에 따라 다르다.

미국은 이사회의장 직을 주지 않으면 뛰어난 CEO를 뽑기 어렵다고 한다. 이사회의장 직을 맡지 않는 CEO는 ‘진정한 리더’로 인정받지 못하는 경영 풍토 때문이다. 사외이사가 이사회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도 한 요인이다.

이사회가 경영진을 감독하는 역할에 그치지 않고 굵직굵직한 투자 결정을 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이에 반해 유럽은 사정이 다르다.

대부분의 유럽 기업에서는 이사회의장과 CEO가 분리돼 있다. 영국은 사외이사가 이사회의 절반밖에 안 된다.

○ 일부선 “재벌 압박용” 분석도

CEO와 이사회의장 분리 여부는 어느 쪽이 더 낫다고 선을 그어 말할 수 없다는 것이 재계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포스코와 KT는 사외이사 중에서 한 사람을 뽑아 1년 동안 이사회의장을 맡긴다. 박영주 포스코 이사회의장과 윤정로 KT 이사회의장 모두 두 회사의 사외이사로 해당 분야 전문가라고 보기는 힘들다.

이 때문에 재계에선 “두 직책을 분리하면 이사회가 옥상옥(屋上屋) 조직이 될 수 있고 CEO와 이사회의장 간에 ‘파워 게임’이 벌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명현 고려대(경영학) 교수는 “CEO와 이사회의장 간에 책임과 권한에 대한 명확한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면서 “이사회의 독립적인 운영도 매우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재계에선 민영화된 공기업의 지배구조 개편은 오너 중심 민간 대기업의 지배구조를 CEO와 이사회의장 분리 구도로 유도하기 위한 ‘압박용’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최영해 기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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