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Design]사람의 몸을 닮은 휴먼 터치 자동차

  • 입력 2006년 4월 3일 06시 09분


가수 구준엽의 근육질 몸매와 강인한 남성의 근육을 모티브로 한 현대자동차의 SUV 싼타페. 사진 제공 미디어라인·현대자동차
가수 구준엽의 근육질 몸매와 강인한 남성의 근육을 모티브로 한 현대자동차의 SUV 싼타페. 사진 제공 미디어라인·현대자동차
디지털로 소통할수록 소통의 주체인 인간은 허전하다. ‘휴먼 터치’(인간의 감성)에 대한 갈증 때문이다. 첨단 테크놀로지 덕분에 디지털 매트릭스의 영역이 넓어지고 있지만, 사람의 냄새를 풍기지는 못한다. 이 지점에서 디자인이 나선다. 인간의 세세한 감성을 담는 ‘휴먼 터치’ 디자인이 그것이다.

디지털 기기의 총아인 자동차는 휴먼 터치 디자인의 시험대다. 근육질 남성을 모티브로 한 외관이나 인간의 얼굴을 닮은 앞면을 비롯해 실내 기기와 인테리어는 사용자에게 자기만의 세계에 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켜야 한다. 디지털 대중화의 대명사인 휴대전화에서도 ‘글꼴’을 통해 ‘나의 냄새와 기분’을 전한다. 글꼴은 정보 전달을 뛰어넘어 ‘나’를 전하는 휴먼 터치의 요소인 것이다. 디자인 섹션 9회에서는 기술의 첨단화 복합화 추세 속에서 인간을 닮은 디자인을 알아본다.

○ 사람의 몸이 기본이다.

사람의 몸은 자동차 외관의 디자인 모티브로 많이 활용되고 있다. 사람이 편안함을 느끼고 끌리는 대상이 몸이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에는 ‘근육질 남자’를 모티브로 삼고 있는 추세다. GM대우 디자인센터의 박원석 부장은 “부드러운 곡선을 이용한 디자인이 유행할 때는 여성의 몸매와 인상을 모티브로 삼았지만 최근에는 강인하고 날카로운 느낌을 주는 디자인 트렌드가 유행”이라고 말했다.

남성의 힘과 몸을 디자인 콘셉트로 한 GM대우 ‘토스카’, 기아자동차 ‘쎄라토’, 쌍용자동차 ‘카이런’(위부터). 사진 제공 GM대우 기아자동차 쌍용자동차
승용차와 스포츠 유틸리티 차량(SUV) 모두 근육질의 몸을 콘셉트로 해 앞이나 뒤에서 봤을 때 옆 부분이 예전보다 많이 튀어나온 자동차들이 많다. 이는 남성의 잘 다듬은 근육이 살짝 튀어나오는 형태를 디자인으로 한 것이다.

GM 대우의 토스카는 옆면이 부드럽고 둥글게 튀어 나와 있다. 근육남 중 캘리포니아 주지사인 아널드 슈워제네거처럼 울퉁불퉁한 보디빌더형이 아니라 가수 비처럼 적당히 근육을 기른 남자의 몸매가 콘셉트다.

기아자동차의 쎄라토는 단거리 달리기 선수의 이미지에서 모티브를 땄다. 옆면은 이들이 스타트하기 직전의 긴장된 이미지를, 앞쪽 휠 아치(타이어를 감싸는 부분)와 A필러(앞 유리틀)는 균형잡힌 근육에서 따왔다.

SUV는 강한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 거친 남성의 몸매를 디자인 콘셉트로 삼는 경우가 많다. 현대자동차의 싼타페도 그런 사례. 이 차는 강인한 근육을 가진 공격적인 남성의 이미지를 모티브로 삼았다.

GM대우의 윈스톰은 토스카보다 튀어나온 옆 부분의 각도가 심하다. 토스카보다 더 울퉁불퉁한 남성의 근육을 모티브로 삼았기 때문. 앞이나 뒤에서 봤을 때 어깨가 벌어진 근육남의 몸매를 느끼게 하기 위해서도 이런 디자인을 추구했다.

인간의 장기(臟器)나 웃음도 자동차 디자인의 소재가 된다.

BMW의 앞쪽 그릴은 사람의 신장(콩팥·kidney)에서 모티브를 얻어 ‘키드니 그릴(Grille)’로 불린다. 이는 BMW에서 강조하는 디자인 콘셉트 중 하나로 가장 변화를 주지 않는 부분이기도 하다. GM대우의 마티즈는 브레이크를 밟을 때 켜지는 등의 형태를 눈웃음 짓는 사람의 얼굴에서 따왔다. 차가 막힐 때 이 등의 눈웃음을 보면서 짜증을 내지 말자는 뜻이다.

○ 자동차가 살아 있다.

자동차의 외관뿐만 아니라 인테리어 디자인은 자동차와 운전자가 서로 교감을 나누는 데로 초점이 모아지고 있다. 자동차 실내 디자인은 미각을 뺀 오감을 모두 잡아야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소비자가 미처 알아보지 못하는 부분까지 빈틈없이 처리해야 하므로 외관 디자인보다 훨씬 더 복잡하다.

해외 자동차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국의 자동차 메이커는 외관 디자인에서는 세계 수준에 오를 만하지만, 아직 실내 디자인은 부족한 면이 많다”고 말했다. 이는 국내 자동차 디자이너들도 인정하는 대목.

렉서스는 실내 휴먼 터치 디자인을 통해 ‘고객 환영’을 표현한다. 주인을 보면 반가워하는 애완동물처럼 자동차가 주인을 알아보는 느낌을 주도록 한 것이다. 렉서스 모델 중 LS430 GS430 ES350은 열쇠가 스마트 키여서 주인이 자동차 1m 반경 이내로 접근하면 사이드 미러 아래에 있는 램프와 실내등이 자동으로 켜진다. 이 차를 사용하는 양승주(사업) 씨는 “차에 다가갈 때마다 차가 살아 있고 주인을 대접해 준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BMW는 차 안의 ‘소리’ 디자인에 비중을 많이 두고 있다.

문을 열 때 철컥 하는 소리와 방향지시등의 똑딱이는 소리까지 BMW의 전반적인 이미지에 어울리는 볼륨과 리듬으로 꾸민 것이다. 시트에서 나는 불쾌한 마찰음도 줄이기 위해 가죽 표면을 특수 페인트로 마무리했다.

○ 상어도 모티브로

동물이나 동화에 나올 법한 이미지를 모티브로 삼는 경우도 있다. 쌍용자동차의 SUV 액티언은 상어와 독수리를 모티브로 삼았다. 자동차의 보닛은 상어의 앞모습을, 헤드라이트는 독수리의 발톱을 떠올리도록 해 날렵한 이미지를 구현했다. 같은 회사의 카이런은 중세 기사를 콘셉트로 삼은 SUV다. 앞 부분의 그릴은 기사의 투구를, 자동차 뒷면의 라이트는 기사의 방패를 모티브로 디자인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디자인과 김성용(전 포드 자동차 디자이너) 교수는 “자동차 메이커 간의 기술 격차가 사라지고 성능이 평준화되면서 소비자의 감성과 개성에 호소하는 휴먼 터치 디자인의 비중이 더욱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글=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그래픽=이진선 기자 geranu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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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섹션팀=허엽(팀장) 조창래 배태악(편집) 이진선(디자인) 김갑식 김선미 조이영 김재영 이세형(취재) 기자. 연락처=02-2020-1380, 0329. heo@donga.com, dunanwor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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