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이 글에서 올해 보람 있게 기억될 일이 몇 가지 있다고 했습니다.
하나는 3월 7일 SK㈜가 인수한 SK인천정유의 탄생이고 또 하나는 3월 15일 부천에서 제주로 연고지를 옮긴 SK 프로축구단의 제주 홈개막전이었다고 회상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건 3월 12일 열린 2006서울국제마라톤대회 겸 제77회 동아마라톤대회에서 SK마라톤 동호회원 65명과 함께 모두 완주한 일이었다고 합니다.
“그날은 영하 4도에 북서풍까지 불어 체감온도가 영하 10도 정도였죠. 차가운 북서풍이 얼마나 매서웠는지 흘린 땀이 얼어 머리에 고드름을 달고 달리는 사람도 보였습니다.”
날씨가 추웠던 때문인지 신 사장은 이날 6번이나 화장실에 들르며 고생했답니다.
하지만 환갑이 넘은 나이에 강추위 속에도 포기하지 않고 4시간 19분 만에 완주해 주위를 놀라게 했습니다.
그는 마라토너들이 가장 힘들다는 마(魔)의 30km 지점에서 ‘엄청난 축복’을 만났기 때문이라고 전했습니다. 바로 ‘등바람’이었다네요.
“그날 불었던 등바람이 만약 얼굴과 몸에 부딪히는 맞바람이었다면 마라톤에 참가했던 2만여 명은 무척 고생했을 겁니다. 하지만 우리는 바람을 등에 진 돛단배처럼 한강을 수월하게 넘을 수 있었습니다.”
그는 “인생도 달리는 위치에 따라 등바람도 되고 맞바람도 된다”며 “일시적으로 맞바람을 맞은 불우이웃에게 우리의 작은 힘을 모아 등바람이 되어 보자”고 끝맺음을 했습니다.
신 사장과 SK마라톤 동호회원들은 매년 직원들과 ‘완주하면 도와주겠다는 약속’을 받아낸 뒤 그들의 이름을 등에 새기고 달려 불우이웃돕기 후원금을 얻어냅니다. 한 사람당 1만 원입니다. 올해는 6000명이 ‘아름다운 약속’을 했다고 합니다.
신 사장의 글이 올라오자마자 SK㈜ 직원들 수십 명이 추가로 불우이웃 돕기 후원을 하겠다고 나섰습니다. 조만간 수백 명으로 늘어날 겁니다.
SK㈜는 지난해에도 직원들이 십시일반 모은 4800만 원에 같은 금액을 보태 독도경비대와 독거(獨居)노인 등에게 보내줬습니다.
김상수 기자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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