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체, 대우건설 인수 ‘실탄확보’ 경쟁

  • 입력 2006년 4월 4일 03시 06분


대우건설 매각 작업이 답보 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러다간 당초 예정인 6월 매각도 힘들어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마저 나오고 있다. 채권단은 3월 말∼4월 중순에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방침이었다.

대우건설에 대한 현장 실사 작업은 지난달 10일부터 이달 3일까지 25일째 중단된 상태다.

대기업이 구조조정 대상 기업(정부 지분 30% 이상)을 인수할 때는 출자총액제한을 적용받지 않도록 한 정부 여당의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에 대우건설 노조가 반발하며 실사를 저지하고 있기 때문.

개정안대로라면 입찰에 참여 중인 두산 한화 등 대기업에 절대 유리한 만큼, 공정한 매각을 위해 시행령 개정 전부터 입찰을 진행한 대우건설은 개정안 적용 대상에서 빼달라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하지만 정부와 채권단은 “본격 입찰에 들어가기 전인 만큼 법 적용에 예외는 없다”며 노조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시행령 개정안을 만든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대우건설 노조에 거듭 ‘대우건설이 개정안 적용 대상에서 제외될 이유가 없다’는 취지를 밝혔다.

이 개정안은 다음 주 초 국무회의에 상정될 예정이어서, 통과될 경우 최대주주인 한국자산관리공사와 입찰업체들이 현장 실사를 재시도할 가능성이 높아 노조와의 재충돌이 예상된다.

대우건설 노조 박성일 대외협력부장은 “우리의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현장 실사를 무기한 저지할 것”이라며 “매각 정상화를 위해서는 일정 지연도 감수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한편 교착 상태에 빠진 매각 작업과는 별개로 입찰 참여 업체들은 최대 4조5000억 원대로 추산되는 대우건설 인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유진그룹은 지역케이블방송국인 드림씨티방송과 브로드밴드솔루션즈(BSI) 지분 전체를 CJ홈쇼핑에 매각했다고 3일 공시를 통해 밝혔다.

유진은 이를 통해 3300억 원을 마련했으며 별도로 CJ 측과 최대 3000억 원 규모의 투자 협상을 진행 중이다.

이에 앞서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지난달 31일 신대구부산고속도로 지분 전체를 매각해 1957억 원의 ‘실탄’을 추가 확보했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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