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S비율은 은행 건전성을 평가하는 중요한 잣대로 8%를 넘어야 안전하다고 평가된다.
의혹의 초점은 금융감독원의 검사 보고서. 2003년 6월 초만 해도 외환은행의 연말 BIS비율을 8%가 넘는 것으로 보다가 7월에 갑자기 8% 밑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위원회는 7월 보고서를 근거로 ‘외환은행이 부실화할 가능성이 높으니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를 승인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은행법상 금융회사가 아닌 외국인투자가는 국내은행 주식을 10%까지만 소유할 수 있다. 단 ‘부실 금융기관 정리 등 특별한 사유가 있을 경우’에는 예외가 인정된다. ○ 금감원 보고서는 어떻게 작성됐나
2003년 7월 15일 재정경제부, 금감위, 외환은행, 모건스탠리(외환은행 매각 자문사)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외환은행 대책 회의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이강원(李康源) 당시 외환은행장은 “론스타의 1조 원 투자를 받지 못하면 연말 BIS비율이 5.4%로 떨어질 수 있다”며 “론스타가 투자할 때의 걸림돌을 정부가 해결해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대주주 적격성 심사 권한을 갖고 있는 금감위는 7월 16일 금감원에 ‘외환은행의 BIS비율에 대한 보고서를 제출해 달라’고 요청했다.
금감원은 “외환은행 허모(지난해 8월 사망) 차장이 21일 보낸 팩스 5장을 근거로 7월 25일 연말 BIS비율이 6.2%로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보고서를 작성했다”고 주장했다.
이 팩스는 외환은행의 운명을 결정한 자료다. 하지만 임원과 은행장 사인이 없었다.
엄호성(嚴虎聲) 한나라당 의원은 “외환은행이 사망한 허 차장의 컴퓨터에 보관돼 있다고 주장하는 문건과 금감원이 받았다고 주장하는 문건에 차이가 많다”며 “금감원이 받은 문건은 외환은행이 아닌 외부에서 작성됐다는 의심이 든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 보고서 내용도 허점투성이
금감원의 연말 BIS비율 추정 자료에는 의심 가는 대목이 많다.
우선 외환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하이닉스반도체의 연말 주가가 1000원으로 떨어질 수 있어 추가로 1000억 원의 손실이 발생한다고 예상했다. 2003년 6월 말 현재 하이닉스의 주가는 5790원으로 연말에 1000원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예상은 지나쳤다는 지적이 많다.
외환은행 실무자조차 7월 21일 열린 이사회에서 “하이닉스 주가 상승으로 1450억∼1920억 원의 특별이익이 생길 가능성이 높고 회계법인과 (금감원) 회계감독국도 같은 의견”이라고 보고했다.
또 금감원은 과거 4년간 외환은행 정상여신의 부실화 비율 1.09%를 적용하면 연말까지 3438억 원의 추가 손실이 발생한다고 예상했다. 이런 추정은 매우 비관적으로 보면 가능하지만 일반적으로 쓰는 방법이 아니다.
따라서 7월 25일 금감원 보고서는 급조됐다는 의심을 살 만하다.
○ 외환은행이 진짜 부실자산 추정했나
BIS비율 추정의 핵심은 부실자산 규모다.
7월 28일 외환은행 이사회에서 이달용(李達鏞) 당시 부행장은 “삼일회계법인은 비관적 시나리오에서 연말 1조3600억 원의 자산손실을 예상하고 론스타는 1조6000억 원의 손실을 예상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당시 외환은행은 실사 작업을 회계법인 삼일-PWC에, 론스타 측은 삼정-KPMG에 맡겼다.
공교롭게도 금감원의 비관적 시나리오에 나타난 부실자산 규모는 1조6864억 원으로 론스타 추정치와 비슷하다. 인수를 하려는 측의 비관적 시나리오를 금감원이 그대로 받아들였다면 비상식적인 일이다.
이에 따라 외환은행이 삼정-KMPG에서 부실자산 규모를 받아 BIS비율 6.2%를 맞춘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하지만 외환은행과 론스타는 이를 부인하고 있다.
김두영 기자 nirvana1@donga.com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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