싼 휘발유를 넣으러 다른 지역으로 차를 몰고 가는 게 유리할까. 아니면 L당 몇 원 더 비싸더라도 동네에서 넣는 게 결과적으로 저렴할까.
본보 분석 결과에 따르면 땅값이 많이 오르면서 주유소 임대료가 덩달아 상승한 지역의 주유소가 휘발유값에 비교적 많은 유통마진을 반영했다.
이에 따라 서울과 부산 울산 인천 대전시의 휘발유와 경유 가격은 전국 평균 가격보다 비싼 것으로 조사됐다.
○ 대도시 유통마진 높아
올해 전국 주유소의 휘발유 평균 가격 대비 유통마진과 비용(82.1원) 비율은 5.6%로 지난해에 비해 1%포인트가량 올랐다.
경유 유통마진(46.9원)의 비율도 비슷한 폭으로 상승했다.
임대료가 많이 오른 주유소들이 판매가격을 올려 비용 부담을 줄이려 한 데다 인건비와 세차 등 서비스 비용이 늘면서 유통마진 비율이 상승했다.
전국에서 주유소의 휘발유 유통마진과 비용이 L당 100원을 넘는 곳은 서울 부산 인천 울산 등 4개 지역이다.
특히 서울은 부동산 가격이 많이 오른 2002년에 주유소 유통마진이 110.9원에 이른 뒤 2005년 106.1원으로 소폭 하락했다 올해 114.7원으로 급등했다.
주유소들은 공급가격이 싼 대리점에서 휘발유를 사는 방법으로 마진을 높이기도 한다.
서울 금천구에서 주유소를 운영하는 전모 사장은 “일부 주유소들이 여러 대리점에서 석유제품을 들여오는 방식으로 비용을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주유소는 대형 정유회사 간판을 내걸었지만 휘발유의 대부분을 중소 대리점에서 가져오기도 한다.
중소 대리점도 대형 정유회사에서 정제한 휘발유를 공급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것.
이와 관련해 산업자원부 당국자는 “일부 주유소가 여러 대리점에서 구입한 휘발유와 경유를 섞어 파는 게 사실이지만 제품의 질에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 ‘원정 주유’ 할까, 말까
서울 부산 대전 주민은 인접 도(道)의 가격이 상대적으로 싼 만큼 중소도시의 주유소 가운데 가까운 곳을 찾아 나설 만하다.
올해 서울 휘발유 가격은 평균 1524.2원. 인접한 경기도 지역의 평균 가격(1485.2원)보다 39원 비싸다.
서울 강남 등지에 사는 사람이 주말에 20L들이 석유통을 차에 싣고 경기 용인, 구리, 평택시 등지로 여행하면서 차와 석유통에 휘발유를 채워 온다면 연료비를 아낄 수 있다.
대전과 충남의 휘발유 가격차도 크다. 대전 동구에서 1500원대인 휘발유 가격이 충남 금산군에선 1440원 대로 떨어진다.
‘아반떼XD’(연료탱크 55L) 차량에 휘발유를 가득 넣으면 3300원을 아낄 수 있다.
그러나 인접 도시까지의 거리가 멀면 오히려 손해인 만큼 다른 볼일이 없는데 일부러 원정 주유를 할 필요는 없다.
울산 인천 주민은 인접 시도의 석유제품 가격이 오히려 비싼 경향이 있으므로 시 경계 내에서 상대적으로 싼 주유소를 찾는 게 좋다.
○ 유가 100달러 시대 올 수도
전문가들은 이란 핵문제가 심각한 상황으로 치달으면 국제유가가 추가 상승할 수 있다고 본다.
이렇게 되면 정유회사의 석유제품 내수 판매가가 크게 오르면서 주유소 판매가격이 급등할 수 있다.
명지대 이종택(李鍾澤·중동정치학) 교수는 “이란 핵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두바이유 가격이 배럴당 100달러가 될 수도 있다”며 “소비자는 휘발유값 동향에 따라 소비를 줄이고, 정부는 원유를 중동 이외의 지역에서 도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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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김아연 정보검색사 aykim@donga.com
Q: 국제유가 떨어지면 휘발유값도 내릴까
A: 경기좋았던 2001년엔 되레 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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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은 ‘아니다. 내수 경기에 따라 다르다’이다.
한국석유공사와 SK㈜가 본보에 제공한 중동산 두바이유가, 석유제품 국제 가격, 내수 가격을 분석한 결과 2001년 국제 유가가 8.3% 떨어졌을 때 정유회사는 내수 판매가를 8.9% 올렸다. 휘발유 등 석유제품 수요가 많아 유가가 떨어졌어도 정유회사는 마진을 높일 수 있었다.
최근에는 상황이 바뀌었다. 지난해에는 국제 유가가 42.3% 올랐는데도 정유회사는 판매가를 13.9%밖에 올리지 않았다. 올해도 같은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 정유회사들이 2002년 1월부터 내수용 석유제품 판매가의 기준이 되는 지표를 원유 가격에서 싱가포르 현물시장에서 거래되는 국제 제품 가격으로 바꾸면서 유가와 내수 판매가가 다른 움직임을 보인다고 분석했다.
SK 관계자는 “2004년 이후 계속되는 고유가로 소비자들이 가격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며 “국제 제품 가격이 오르는 만큼 국내 가격을 올리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시민단체들은 정유회사들이 유가가 오를 때는 가격을 금세 올리고 내릴 때는 천천히 내리는 추세가 여전하다고 본다.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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