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는 이날 발표한 '38개 재벌 총수 일가의 주식 거래에 대한 보고서'에서 1995년부터 2005년까지 38개 재벌기업 계열사 773개 가운데 250개 회사의 총수 일가 지분 변동에서 64개(25.6%) 회사가 70건의 '문제성 거래'를 했다고 주장했다.
참여연대는 △회사 기회 편취(지배 주주가 회사의 이익을 가로채는 것) △지원성 거래 △부당 주식거래 등을 문제성 거래로 분류했다.
▽4대 재벌이 심각=삼성, 현대자동차, LG 계열 그룹, SK 그룹 등 4대 재벌 57개 계열사의 '문제성 거래' 비율은 40.4%(23건)으로 그룹 당 6건 정도다. 5~38위 그룹의 문제성 거래는 모두 47건으로 그룹 당 1.4건이었다. 비상장회사의 문제성 거래 53건으로 상장회사(17건)의 3배 이상을 웃돌았다.
부당 주식거래는 삼성 등 대규모 재벌에서 많이 발생했고 지원성 거래는 21대 그룹 이하의 하위 재벌에서 많이 드러났다.
▽회사 기회 편취='회사 기회 편취'는 모든 재벌에서 다양하게 나타났다.
현대자동차 계열사 글로비스와 SK그룹의 SK C&C, 신세계그룹의 광주 신세계, 조선호텔의 베이커리 등은 총수 일가가 계열사의 기존 사업 부문을 분할하거나 새로 회사를 만들어 모(母)회사의 이익을 빼앗았다고 참여연대는 분석했다.
현대자동차 지배주주인 정몽구(鄭夢九) 회장 부자는 2001년 100% 출자해 설립한 운송·복합물류회사인 글로비스의 배당수익으로 133억여 원을 얻었으며 일부 지분을 매각해 1000억여 원, 거래소 상장으로 4000억여 원의 평가이익을 얻었다.
정 회장 부자는 2002년 10월 토목공사업과 건축공사업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비상장회사 엠코의 지분 60%를 확보했다. 이후 엠코는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등 관계사에서 매출액의 98%이상을 올려 지배 주주에게 안정적인 부를 제공했다.
참여연대는 "거의 모든 재벌에서 지배주주가 회사의 이익을 뺏은 사례가 발견됐다"며 "이는 현행 상법과 세법의 허점을 악용한 불법 경영권 승계 수법이 광범하게 진행된 증거"라고 말했다.
▽지원성 거래와 부당 주식거래=현대자동차의 엠코와 삼양그룹의 삼양금속 등은 기존 계열사와 사업 연관성이 적은 회사를 설립해 총수 일가가 지분을 취득하는 '지원성 거래'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계열사가 불공정 가격으로 총수 일가와 주식을 거래하거나 사업 관련성이 없는데 총수 일가의 회사에 출자하는 부당 주식거래도 삼성의 에버랜드와 SDS, 두산의 (주)두산 등에서 나타났다.
주로 규모가 큰 상장 계열사에서 나타나는 부당 주식거래는 LG화학이 1999년 6월29일 70%의 지분을 구본준 회장 등 총수 일가에게 주당 5500원의 낮은 가격에 매각한 것이 대표적이다.
당시 LG화학 측은 '유동성 제고'가 필요해 주식을 매각했다고 밝혔으나 같은 날 LG화학이 총수 일가로부터 LG유통과 LG칼텍스정유의 주식을 고가에 매입한 사실이 확인됐다.
참여연대는 "비상장 계열사를 이용한 총수 일가의 기업 지배 구조 왜곡이 심각하다"며 "자회사 경영진이 부당거래를 할 경우 모회사의 주주가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이중대표소송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완준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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