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스침대 안성호(39) 사장과 시몬스침대 안정호(36) 사장이 형제라는 것은 가구업계에서 잘 알려진 사실이다. 현재 한국 침대 시장의 절반이 두 사람의 몫이다.
비록 ‘피붙이’지만 국내 시장에서 이들은 엄연한 경쟁자다. 하지만 이번에는 동반자로 손을 잡았다.
두 회사가 공동으로 출자해 지난해 가을 설립한 이탈리아 현지법인 ‘자나’(ZANA·‘아기 요람’이라는 뜻의 이탈리아어)가 이달부터 본격적인 침대 시판을 시작했다. ‘가구의 본고장’이라는 이탈리아 내수시장에 아시아 가구업체가 진출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안 사장 형제는 ‘2006 밀라노 가구박람회’를 둘러보기 위해 4일(현지 시간) 함께 이탈리아 밀라노에 와 6일 현지에서 기자들과 만났다.
“세계 최고의 가구 선진국인 이탈리아 진출은 가구업계 사람이면 누구나 꿈꾸는 것이죠.”
이탈리아 진출은 사실 두 형제의 부친인 안유수(76) 에이스침대 회장의 숙원이기도 했다.
안 회장은 30년 전부터 전 세계의 가구업계 동향을 파악하기 위해 매년 이곳 가구박람회를 찾았다. 그러나 고령으로 접어들자 그 꿈을 아들들에게 미룰 수밖에 없었다.
“한국 침대시장이 완전 성숙기에 들어갔기 때문에 해외시장 진출은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이죠. 얼마 전 만난 이탈리아 기자들도 ‘한국 기업의 용기가 대단하다’며 호평을 했습니다. 최근 유럽에서 ‘오리엔탈리즘 디자인’이 뜨는 것도 좋은 계기가 됐습니다.”
하지만 “취업 비자를 잘 내주지 않는 등 아직 외국계 기업의 투자나 진출에 대한 규제가 까다로워 진출 과정에서 애를 먹기도 했다”고 안성호 사장은 말했다.
현지법인의 전략은 이른바 ‘3% 마케팅’. 고급형 브랜드를 앞세워 이탈리아에서 소득 상위 3% 이내인 부유층의 돈지갑을 열게 하겠다는 것이다.
침대 모양을 유럽인 취향에 맞게 하기 위해 이탈리아인 디자이너를 고용했다. 침대 높이는 한국에서보다 20∼30cm 낮췄고 매트리스는 좀 더 부드럽게 만들었다.
형제 간 업무 분담도 명확하다. 그동안의 침대 관련 지식과 경험을 살려 형은 제품 개발, 외국어 능력이 뛰어난 동생은 영업과 마케팅을 주로 담당하는 식이다.
안성호 사장은 “이미 이탈리아 각 지역에 20여 명의 판매 대리인을 확보했다”며 “올해 매출 목표는 우선 100만 달러(약 10억 원) 정도로 잡고 있다”고 말했다.
밀라노=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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