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회사 에이스+시몬스 침대 ‘자나’ 이탈리아 진출

  • 입력 2006년 4월 10일 03시 00분


6일(현지 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외곽 지역에 있는 ‘자나’ 본사를 방문한 에이스침대 안성호 사장(왼쪽)과 시몬스침대 안정호 사장.
6일(현지 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외곽 지역에 있는 ‘자나’ 본사를 방문한 에이스침대 안성호 사장(왼쪽)과 시몬스침대 안정호 사장.
“여기, 옛날부터 나오려고 벼르고 있었죠.”

에이스침대 안성호(39) 사장과 시몬스침대 안정호(36) 사장이 형제라는 것은 가구업계에서 잘 알려진 사실이다. 현재 한국 침대 시장의 절반이 두 사람의 몫이다.

비록 ‘피붙이’지만 국내 시장에서 이들은 엄연한 경쟁자다. 하지만 이번에는 동반자로 손을 잡았다.

두 회사가 공동으로 출자해 지난해 가을 설립한 이탈리아 현지법인 ‘자나’(ZANA·‘아기 요람’이라는 뜻의 이탈리아어)가 이달부터 본격적인 침대 시판을 시작했다. ‘가구의 본고장’이라는 이탈리아 내수시장에 아시아 가구업체가 진출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안 사장 형제는 ‘2006 밀라노 가구박람회’를 둘러보기 위해 4일(현지 시간) 함께 이탈리아 밀라노에 와 6일 현지에서 기자들과 만났다.

“세계 최고의 가구 선진국인 이탈리아 진출은 가구업계 사람이면 누구나 꿈꾸는 것이죠.”

이탈리아 진출은 사실 두 형제의 부친인 안유수(76) 에이스침대 회장의 숙원이기도 했다.

안 회장은 30년 전부터 전 세계의 가구업계 동향을 파악하기 위해 매년 이곳 가구박람회를 찾았다. 그러나 고령으로 접어들자 그 꿈을 아들들에게 미룰 수밖에 없었다.

“한국 침대시장이 완전 성숙기에 들어갔기 때문에 해외시장 진출은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이죠. 얼마 전 만난 이탈리아 기자들도 ‘한국 기업의 용기가 대단하다’며 호평을 했습니다. 최근 유럽에서 ‘오리엔탈리즘 디자인’이 뜨는 것도 좋은 계기가 됐습니다.”

하지만 “취업 비자를 잘 내주지 않는 등 아직 외국계 기업의 투자나 진출에 대한 규제가 까다로워 진출 과정에서 애를 먹기도 했다”고 안성호 사장은 말했다.

현지법인의 전략은 이른바 ‘3% 마케팅’. 고급형 브랜드를 앞세워 이탈리아에서 소득 상위 3% 이내인 부유층의 돈지갑을 열게 하겠다는 것이다.

침대 모양을 유럽인 취향에 맞게 하기 위해 이탈리아인 디자이너를 고용했다. 침대 높이는 한국에서보다 20∼30cm 낮췄고 매트리스는 좀 더 부드럽게 만들었다.

형제 간 업무 분담도 명확하다. 그동안의 침대 관련 지식과 경험을 살려 형은 제품 개발, 외국어 능력이 뛰어난 동생은 영업과 마케팅을 주로 담당하는 식이다.

안성호 사장은 “이미 이탈리아 각 지역에 20여 명의 판매 대리인을 확보했다”며 “올해 매출 목표는 우선 100만 달러(약 10억 원) 정도로 잡고 있다”고 말했다.

밀라노=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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