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카드 채권단의 고위 관계자는 9일 “그동안 언론에 이름이 오르내린 국내외 금융회사를 포함해 10여 곳이 인수의향서를 받아갔다”며 “그중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외국 금융회사도 있다”고 말했다.
인수의향서를 받아 간 회사로는 국내에서는 신한금융지주와 농협, 하나금융지주 등이, 외국 회사로는 씨티그룹, 메릴린치, 테마섹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예금보험공사의 견제를 받고 있는 우리금융지주도 일단 인수의향서를 가져간 것으로 확인됐다.
물론 인수의향서를 받아간 10여 개 금융회사가 모두 ‘실전’에 뛰어들지는 않겠지만 최근 외환은행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때 국민은행과 하나금융지주, 싱가포르개발은행(DBS) 3곳만 인수의향서를 받아간 것과 비교하면 LG카드에 관심을 보이는 곳이 그만큼 많다는 뜻.
대우증권 구용욱 금융팀장은 “LG카드는 업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자산(11조 원)과 방대한 고객 데이터베이스(1000만 명)를 갖췄고 부실을 모두 털어낸 점이 매력”이라고 말했다.
LG카드의 최대주주인 산업은행 관계자는 “당분간 국내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나올 대형 금융회사가 없기 때문에 덩치를 키울 필요가 있는 국내 은행뿐 아니라 외국의 금융회사까지 관심을 보이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LG카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자연스럽게 가격도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구 팀장은 “경쟁이 치열해지면 꼭 인수해야겠다고 생각하는 회사는 가격을 더 높게 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미국계 템플턴자산운용이 지난해 6월 이후 LG카드 주식 577만1837주를 사들여 지분을 0.47%에서 5.19%로 늘린 것도 이런 분위기를 읽고 시세 차익을 노린 것으로 풀이된다.
템플턴은 2003년 11월 1000억 원을 투입해 LG카드 지분을 11.35%까지 늘렸지만 2004년 1월 LG카드 유동성 위기가 터진 후 지분을 급하게 처분하면서 약 800억 원의 손실을 본 적이 있다.
LG카드의 공동 매각 주간사회사인 산업은행과 JP모건은 12일부터 19일까지 인수의향서를 접수할 계획이다.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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