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복동 감사원 제1사무차장은 이날 기자 브리핑에서 "금감원 이모 검사역이 외환은행으로부터 '의문의 팩스'를 받아 금융감독위원회에 보고하는 과정에서 (상사인) 국장급의 지시를 받고 당시 9.14%로 파악하고 있던 BIS 비율 대신 팩스 내용에서 제시된 6.16%로 보고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감사원은 이 BIS 비율 자료가 론스타의 대주주 자격을 승인하는데 결정적인 근거가 됐던 만큼, 상부의 지시가 론스타를 인수자로 결정하기 위한 의도적인 행위였는지와 국장급 이상 고위 간부들과도 관련이 있는 지를 조사할 계획이다.
하 차장은 이와 함께 "금감원은 당시 외환은행의 BIS비율 산정 담당자인 허모 차장(사망)과 주로 BIS 비율관련 얘기를 했다고 주장했으나 외환은행 관계자들은 다른 진술을 했다"면서 BIS 비율 하향조정과 관련해 금감원과 외환은행 `윗선'과의 교감 가능성도 시사했다.
하 차장은 또 "감사과정에서 드러나고 있는 BIS 비율 재산정 결과의 법적인 영향, 이강원 전 외환은행장이 받은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과 경영자문료의 성격, 금융감독당국의 론스타에 대한 대주주 승인의 적격성 등을 분석하기 위해 법률 전문가들로 구성된 법률 테스크포스(TF)를 구성해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외환은행이 은행내 경영위원회의 승인을 거치지 않은 채 2003년 3월부터 모건스탠리를 경영자문사로 지정한 뒤 같은 해 8월에 뒤늦게 승인받은 것으로 드러났다"면서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이 전 행장도 잘못을 시인했다"고 밝혔다.
하 차장은 "매각 자문사인 엘리어트홀딩스가 경영자문료로 받은 12억 원 중 6억 원을 개인계좌로 송금했고 이 중 일부가 외환은행 전 모 부장에게 넘겨진 사실이 검찰수사에서 드러났으나 남은 6억원에도 의심이 간다"고 말했다.
감사원은 특히 엘리어트홀딩스가 50개 차명계좌로 쪼개 송금한 6억원이 동일인에 의해 현금으로 인출된 사실을 확인, 6억원중 외환은행 전 부장에게 제공된 것으로 파악된 2억원 이외 자금의 용처에 대해서도 검찰과 함께 조사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 차장은 이와 함께 2003년 7월15일 외환은행 매각과 관련한 '대책회의'에 대해서도 "회의에 참석한 당국자가 '도장값' 발언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대책회의의 성격과 정확한 발언 경위에 대해서도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감사원은 이에 따라 BIS 비율 허위보고 압력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진 당시 금감원 백모 국장과 외환은행 이달용 전 부행장을 소환해 정확한 경위를 조사하는 등 BIS비율 조작 가능성에 대해 집중 조사를 벌일 계획이다.
감사원은 이 전 행장이 17억원의 경영자문료와 퇴직금 등에 대해 론스타와 '매각이 잘 될 경우 받기로 사전 약속이 돼 있었다'는 일부 언론보도에 대해서는 "이 전행장이 받은 17억원중 14억원의 경영자문료는 매각 성사 이후에 경영자문을 해주고 받은 것이라서 매각을 전제로 한 사전 약속과는 거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 전 외환은행장(현 한국투자공사 사장)은 10일 보도자료를 내고 자신이 감사원 감사에서 외환은행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과 관련해 계산상의 오류가 있었다고 시인한 것처럼 보도됐으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이 전 행장은 또 자신이 2003년 은행 매각 추진 당시 매각에 따른 대가성 퇴직금을 받았다는 점을 시인했다는 일부 언론 보도와 관련 "허위 왜곡보도"라고 주장했다.
그는 "정정보도 청구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며 명예훼손에 대한 법적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성하운기자 hawoon@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