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부의 ‘터줏대감’ 2명이 7일 사표를 냈습니다. 석호익 정책홍보관리실장과 이성옥 정보화기획실장입니다. 두 사람 모두 정통부에선 두 자리밖에 없는 1급(관리관) 간부들입니다.
이들은 정통부의 전신(前身)인 체신부 시절부터 이 부처에서 공무원 생활을 해왔습니다. 터줏대감이란 말이 과장이 아니죠. 노준형 정통부 장관과는 모두 행정고시 21회 동기입니다.
차관에서 장관으로 승진한 노 장관이 후임 차관에 정통부 국장을 지낸 뒤 민간회사로 나간 유영환 전 한국투자금융지주 부사장을 데려오면서 이들의 입지가 난처해졌습니다. 유 차관 역시 행시 21회입니다.
차관 승진에 실패한 석 실장과 이 실장이 그대로 머물면 정통부는 장차관과 1급이 모두 행시 동기로 채워집니다. 조직 운영상 아무래도 부담이 생기겠죠. 결국 두 사람은 옷을 벗기로 하고 나란히 명예퇴직을 신청했습니다.
노 장관은 아무래도 옛 경제기획원에서 함께 일한 유 차관과 호흡을 맞추기가 수월하다고 생각한 듯합니다. 통상 차관 인사는 청와대에서 하지만 이번 정통부 차관은 장관의 생각을 많이 반영했다는 후문입니다.
유 차관이 진대제 전 장관 시절 1급 인사에서 ‘물먹었다’는 이유로 공직생활을 접은 것을 생각하면 새옹지마(塞翁之馬)라는 말이 실감납니다.
다른 부처 같으면 21회 국장도 즐비한데 워낙 젊은 장관이 오다 보니 두 사람은 후배들을 위해 용퇴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던 것 같습니다.
1978년 5월 4일 수습사무관으로 체신부에 발을 들여놓았던 이들은 이제 공직생활을 접고 민간으로 나갑니다.
승진을 위해 선배들을 밀쳐 내려는 분위기가 적지 않은 다른 부처와 달리 정통부 내에선 두 사람의 용퇴에 대해 아쉬움이 많은 듯합니다. 고참 국장 두 사람이 이들의 자리를 메우겠지만 언제 나갈지 모르는 1급 자리라 영 떨떠름한 분위기도 엿보입니다.
공직에서 떠나는 두 분, 고생 많았습니다. 이제 훌훌 털고 민간에서 ‘석호익’, ‘이성옥’이라는 이름을 날리기 바랍니다.
최영해 기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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