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쳐야 산다” 가구도 융합 바람

  • 입력 2006년 4월 12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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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은한 열이 나와 음식 재료가 식지 않는 싱크대, 요리 강습 비디오를 보면서 요리를 할 수 있는 주방, 책장이 함께하는 품격 있는 부엌….

주부들이 이런 가구와 산다면 얼마나 행복해 할까.

5∼10일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2006 밀라노 가구박람회’. ‘가구 올림픽’이라 불리는 이 행사는 올해로 45회째를 맞았다. 관람객들은 그냥 가구라 하기엔 너무나 똑똑하고 아름다운 제품들에 탄성을 질렀다.

○ 가구도 컨버전스

자신이 갖고 있는 화려한 기능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 ‘내성적인’ 가구들이 눈길을 끌었다.

옷장의 손잡이가 눈에 보이지 않거나 얼핏 보면 보통 벽면 같지만 열어보면 화려한 수납장이 펼쳐지는 식. 이 때문에 업체의 설명을 자세히 듣지 않으면 그것이 가구인지 장식인지, 벽면인지 알 수 없는 경우도 많았다.

이탈리아의 유명 주방 가구업체 톤첼리의 로렌조 톤첼리 사장은 “지금까지 너저분하게 널려 있던 기능과 디자인이 하나로 통합되는 것이 요즘 가구의 트렌드”라고 말했다.

컨버전스(융합)의 바람은 가구업계에도 불고 있었다.

책꽂이가 딸린 부엌, 카페처럼 꾸며진 욕실, 라디오를 들으면서 목욕을 즐길 수 있는 샤워 부스 등 여러 기능이 한데 합쳐진 모델이 관람객들의 시선을 자극했다.

‘아이디어 상품’이라 할 만한 영리한 디자인들도 눈에 띄었다.

종횡(縱橫)으로 자유롭게 위치를 바꿀 수 있는 탁자, 코너 공간을 이용한 옷장, 상하기 쉬운 목재 디자인 대신 종이에 그림을 그리고 감쪽같이 유리로 덮는 기법 등이 많이 쓰였다.

또 평소엔 식탁으로 사용하지만 버튼 하나만 누르면 조리용 오븐과 개수대가 등장하는 제품도 등장했다.

가구 형태는 소파의 경우 여전히 사각형이 강세였지만 탁자는 모양을 자유자재로 낼 수 있는 육각형 모양이 눈길을 끌었다. 색상은 지난해 이탈리아 가구 산업의 불황 탓인지 다소 차분해졌다는 평가다.

○ 2500개 업체 참여, 20만 명 관람

밀라노 가구박람회는 주최국 이탈리아 등 전 세계 가구업체들이 한 해 장사의 밑천을 마련하는 자리다.

올해는 2500여 개의 가구, 인테리어 업체가 참가했으며 20여만 명의 관람객이 다녀간 것으로 박람회 사무국은 추산하고 있다.

클래식 가구업체의 참가가 늘고 욕실가구 전시관도 따로 마련된 점이 올해의 특징.

또 전 세계 600여 명의 젊고 유망한 디자이너의 상품이 별도로 전시된 ‘살로네 새털라이트 관’에는 한국인들의 출품작도 다수 눈에 띄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주부들이 실제 이 가구들과 사는 것은 무척 힘든 일이다.

우선 한 개에 1억 원이 넘는 소파, 책상들이 즐비하다. 전시회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곳에 전시된 가구들의 단가는 우리나라 가구의 3∼5배에 이른다.

또 이 가운데 극히 일부만이 한국으로 수입된다. 가구는 부피나 무게가 많이 나가 물류비용도 많이 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서 선보인 가구의 디자인은 곧 전 세계로 퍼져나가기 때문에 고객들은 올가을쯤이면 수많은 ‘아류작’들을 볼 수 있다고 한다.

밀라노=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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