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빈달러, 구조조정 당하나”

  • 입력 2006년 4월 12일 03시 01분


세계 각국의 중앙은행이 지난해 미국 증권시장 투자를 크게 줄이는 등 보유외환 다변화에 나서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으로 유입되는 외국자본의 증가세가 한풀 꺾였다.

미국은 막대한 경상수지 적자를 외자 유치로 메우는 나라. 외자 유입이 주춤해지면 미국은 금리를 올리고 달러화 가치를 떨어뜨릴 수밖에 없어 한국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 미 국채 매력 사라졌나

한국은행이 미 재무부와 국제통화기금(IMF) 자료를 토대로 만든 보고서 ‘외국인의 대미 증권투자 동향’에 따르면 외국 중앙은행 등 공공 부문의 미국 증권투자 순증가액은 지난해 1147억 달러로 2004년(2356억 달러)의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

민간 부문을 합친 전체 증권투자에서 공공부문이 차지하는 비중도 2004년 25.7%에서 지난해에는 10.9%로 뚝 떨어졌다.

지난해 미국기업이 발행하는 회사채나 주식에 대한 신규투자가 2004년 보다 늘었지만 국채 및 정부보증채권에 대한 투자는 감소했다.

일본 홍콩 싱가포르 인도 등은 지난해 미국 국채를 산 금액보다 판 금액이 많았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 등 개발도상국의 외환보유액 가운데 달러화 표시 자산의 비중은 2001년 68.6%에서 2004년 59.9%로 감소했다. 각국 중앙은행이 더는 달러화 자산을 선호하지 않는다는 방증이다.

○ 한국도 무풍지대 아니다

한은은 이처럼 미국의 외자 유입 정책이 벽에 부닥치면 미국 금리가 오르고 달러화 약세가 가속화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경상수지 적자를 보전해야 하는 미국이 취할 수 있는 방법은 대체로 3가지로 요약된다.

하나는 수출경쟁력을 높여 경상수지 적자를 줄이려고 달러화 약세를 조장하는 방법. 다음은 달러화를 찍어내는 방법인데 이 역시 달러화 약세로 귀결된다. 마지막으로 외자 유치를 위해 금리를 올려 채권 값을 떨어뜨리는 방법이다.

어느 것이나 한국 경제에는 악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달러화 약세, 곧 원화가치 상승은 한국의 수출경쟁력을 떨어뜨리고 미국의 금리인상은 ‘미 소비 둔화→미 경기 침체→세계 경기 침체→한국 수출 둔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예상이다. 미국 금리 인상은 한국 콜금리(금융회사 간 초단기 자금거래 금리) 인상 압박 요인이 된다. 미국의 금리가 한국 금리보다 훨씬 높으면 자본의 해외 유출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정경준 기자 news91@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