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정 회장이 현대차그룹의 비자금 조성 사실을 알고 묵인한 정도를 넘어 비자금 조성과 사용을 주도했음을 보여 주는 것이어서 정 회장의 사법 처리 수위 결정에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부장 박영수·朴英洙)는 현대차그룹 본사에 대한 압수수색과 그룹의 자금담당 임원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증거와 진술을 확보했다.
검찰은 임원의 사무실과 집을 압수수색해 정 회장의 비자금 조성 지시 내용이 담긴 업무일지와 메모, 탁상 달력, 수첩을 압수했다.
압수물에는 “OO월 O일 ××회사 △억 원” 등 정 회장이 비자금 조성을 지시한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 담긴 메모가 포함돼 있다.
검찰은 이 같은 증거를 근거로 현대차그룹의 비자금 조성과 사용에 개입한 일부 임원을 추궁해 정 회장의 비자금 조성 지시에 관한 진술을 받아냈다.
검찰은 채양기(蔡良基) 현대차그룹 기획총괄본부장과 정순원(鄭淳元·로템 부회장) 전 기획총괄본부장 등 그룹 핵심 임원을 상대로 정 회장이 비자금 조성과 사용을 지시한 구체적인 경위를 조사 중이다.
검찰은 이번 주 채 본부장과 정 전 본부장에 대한 보강 조사를 거쳐 다음 주 정 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비자금 조성과 사용을 지시했는지 조사할 방침이다.
채동욱(蔡東旭) 대검 중수부 수사기획관은 “현대차그룹의 비자금에 대한 수사는 이번 주 안에 마무리될 것 같다”며 “비자금과 기업 비리 부분에 대한 수사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 비자금의 용처와 로비 의혹을 수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검찰은 글로비스와 현대오토넷 외에 현대차에서도 수백억 원대의 비자금이 조성된 단서를 포착했다. 검찰은 현대차에서 조성된 비자금의 규모가 가장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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