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銀 부적절 매각 논란으로 본 ‘BIS 비율’

  • 입력 2006년 4월 14일 03시 00분


2003년 외환은행 매각의 근거가 된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전망이 적절했느냐에 대한 공방이 치열하다.

금융감독원과 외환은행 사이에 오간 BIS 비율 전망 수치는 그해 6월 19일부터 7월 21일까지 불과 한 달여 사이에 ‘9.14%→5.40%→5.25%→6.06%→6.16%’로 변했다.

금융 전문가들은 이렇게 들쭉날쭉한 BIS 비율은 신뢰할 수 없으며 이를 토대로 외환은행의 운명을 결정지은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 BIS 비율, 믿을 만한가

금감원은 반기(半期) 결산일이 불과 보름 정도 지난 2003년 7월 16일 외환은행에 “상반기(1∼6월) 실적을 반영한 연말 BIS 비율 전망치를 보내라”고 지시했다.

은행은 공식적으론 결산일 후 45일 이내에 반기 결산을 한다. 물론 매일 정산을 하고 내부적으로는 월별로도 실적을 체크하기 때문에 잠정 결산이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신뢰성은 크게 떨어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우리은행 재무기획팀 정헌식 차장은 “부실 채권이 많아 대손충당금 적립 등이 중요한 변수가 되면 실적이 빨리 나오기 어렵다”며 “억지로 실적을 뽑아낸다 해도 신뢰성은 매우 낮다”고 말했다.

S회계법인의 한 회계사는 “기업 매각과 같은 중요한 결정에 잠정치를 사용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금 흐름이 좋지 않은 기업은 급하게 팔 수 있지만 은행은 예금이 있어 현금 흐름이 나쁠 일이 없다”며 “잠정치를 들어 매각을 결정한 것은 외환은행을 론스타에 넘기기로 작정한 뒤 ‘쇼’를 벌인 것”이라고 했다.

대우증권 구용욱 애널리스트는 “대손충당금을 얼마나 쌓느냐는 ‘사실’의 문제가 아니라 ‘판단’의 영역”이라고 말했다. 자의적으로 원하는 수준에 맞출 수 있다는 얘기다.

○ 춤추는 BIS 비율

3월 말 공식 결산 실적이 반영된 외환은행의 2003년 말 BIS 비율 전망치는 9.14%였다.

그런데 6월 말 잠정 실적을 감안해 외환은행이 금감원에 보낸 전망치는 5.4%로 뚝 떨어졌다. 이는 은행업 감독규정상 합병, 지주회사 편입, 매각 등을 추진해야 하는 ‘경영 개선 요구’를 받아야 할 수준이다.

금감원은 “근거가 부족하니 다시 보내라”고 했고 전망치는 불과 며칠 사이에 5.25%, 6.06%, 6.16%로 높아졌다.

이 수치들은 모두 증자(增資)에 실패하고 부실 채권에 대한 충당금을 최대한 많이 쌓는다는 비관적 시나리오를 반영한 결과다. 5000원대이던 하이닉스반도체 보유 주식의 연말 주가를 1000원으로 예상하고 충당금도 하반기(7∼12월)에 9654억 원을 쌓는다는 가정이었다.

당시 외환은행은 하반기 충당금을 3160억 원만 쌓으면 증자를 못해도 연말 BIS 비율이 9.33%에 이를 것으로 계산했다.

○ BIS 비율이 무엇이기에

이처럼 BIS 비율 전망치가 들쭉날쭉한 것은 수치를 산출하는 데 ‘주관’이 개입할 여지가 많기 때문이다.

BIS 비율은 은행의 위험가중자산 대비 자기자본의 비율, 즉 ‘(자기자본÷위험가중자산)×100’이다. 분모인 위험가중자산은 기계적으로 계산되기 때문에 분자인 자기자본을 어떻게 계산하느냐에 따라 BIS 비율은 크게 달라진다.

자기자본 구성 항목 가운데 BIS 비율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대손충당금, 즉 빌려준 돈 중 못 받을 가능성에 대비해 쌓아두는 돈이다. 실제로 외환은행은 이자를 꼬박꼬박 내고 있는 정상 여신도 부실해질 수 있다고 보고 BIS 비율 전망치를 낮췄다.

BIS 비율은 각 은행이 산출해 분기별로 금감원에 보고한다. 금감원은 BIS 비율이 8%에 미달하면 해당 은행을 현장 실사해 BIS 비율을 검증한다. 이와 별도로 매년 정기 종합검사 때 제대로 산출됐는지를 본다.

BIS 비율이 8% 미만이면 자산 건전성을 의심받게 된다. 원칙적으로 금융회사가 아니면 국내 은행의 주인이 될 수 없다는 은행법 규정의 예외를 인정해야 하는 여지가 생긴다. 미국계 펀드인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할 수 있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정경준 기자 news91@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