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금융지주는 9개 자회사를 두고 있다. 지난해 인수한 한국투자증권과 한국투자신탁운용 외에 한국투자파트너스 한국투자상호저축은행 등이다. 저축은행을 빼면 모두 투자와 관련된 회사다.
“은행과 투자회사를 경영하는 마인드는 천양지차인 것 같아요. 실제로 은행이 증권회사를 경영해 크게 성공한 사례도 없어요. 앞으로 금융 계열사를 늘리더라도 은행이나 카드사는 아닐 것 같아요.”
LG카드 인수전에 참가할 의향이 있는지 묻자 김 사장은 이렇게 답했다.
그는 SK생명보험을 인수한 미래에셋에 대해 “전략이 좋다”며 “우리도 기회가 생기면 간접투자 부문에 진출하는 것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밸류자산운용은 ‘명품’ 자산운용사를 표방한다.
“자산운용사는 철학을 파는 곳이라고 누군가 그러더군요. 밸류자산운용을 통해 절대 수익률을 낸다는 철학을 팔고 싶어요. 그러려면 저평가 가치주에 적어도 10년 이상 장기 투자할 투자자를 모아야겠죠.”
원금손실 없이 장기간 일정수익을 낸다면 은행 고객을 끌어올 수 있다는 생각인 듯했다.
김 사장은 구상이 많다. 제대로 된 프라이빗뱅킹(PB)을 하고 싶다는 것도 그중 하나다.
“PB는 고객이 원하는 방식으로 자산을 늘려 줘야 합니다. 예를 들어 골프장 개발을 원하는 고객이 있다면 부지 개발, 인허가, 운영 등을 대행해 주는 것입니다. 앞으로 한국투자증권의 PB사업은 크게 바뀔 겁니다.”
최근 한국금융지주 계열사들은 인사를 했다. 통합 후유증을 겪은 탓인지 승진이 많았다.
“직원의 환심을 사려고 승진인사를 많이 한 건 아닙니다. 계열사 사장에게 실적에 따른 승진 한도를 줬습니다. 승진 여부를 결정하는 건 계열사 사장이 하는 일이고. 저는 큰 그림만 그려 줍니다.”
예를 들어 김 사장은 한국투자증권 홍성일 사장에게 올해 5000억 원 이상의 세전 순이익을 내라고 했다. 지난해 7000억 원이 넘는 순이익을 냈지만 부동산과 유가증권을 팔아 얻은 부분도 있다. 업계 최대 회사가 된 만큼 시너지 효과를 내라는 주문이다.
“주식거래 중개만 해서 5000억 원을 벌겠어요? 그래서 고유자산 운용에 적극 나서라고 독려했습니다. 골드만삭스처럼 돈을 벌어보자는 거죠.”
그는 계열사 사장들에게 자기자본이익률(ROE) 목표치를 주고 달성 여부에 따라 책임을 묻는 제도를 정착시키겠다고 했다.
김 사장은 대학 졸업을 앞둔 1986년 부친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의 권유로 원양어선을 타고 6개월 동안 명태잡이를 했다. 이후 동원산업에서 일하다 1991년 동원증권으로 옮겨 지점, 채권부, 자산운용부, 기획실 등을 거쳤다.
‘셈에 밝다’는 세간의 평가에 그는 손사래를 쳤다.
“회장님(부친을 지칭)이 수치에 밝으시죠. 계열사 사장들이 매분기 한 번씩 회장님께 불려 가는데 ‘주가가 1%포인트 빠지면 우리는 얼마 손해야’라는 질문을 던지시곤 했죠. 갔다 온 사장들은 정신이 번쩍 들더라고 하더군요.”
합병한 한국투자증권을 평가해 달라고 하자 김 사장은 뜸을 들이더니 “동원 직원은 ‘스피드’가, 한국투자증권 직원은 ‘끈기’가 강점이다”며 “두 회사의 역량을 합하면 확실한 최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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