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태권 광주요 회장 “술-안주-그릇 하나로 문화수출”

  • 입력 2006년 4월 17일 03시 03분


“웬 술?”

도자기업체 광주요의 조태권(58·사진) 회장.

지난해 전통 증류주 ‘화요’를 앞세워 술 시장에 진출하자 주변 사람들은 그를 ‘신기하게’ 바라봤다. 도자기 업체가 난데없이 술을 만들다니 이상하지 않은가.

술 시장은 대기업들이 주름잡고 있어 진입 장벽이 높다. 게다가 조 회장은 최근 ‘락락’(樂樂·knock knock)이라는 전통 주점까지 열겠다고 선언했다.

그의 철학은 확고했다.

“술이 있으면 안주가 있어야 하고 안주를 담을 그릇이 있어야 합니다. 또 술과 음식을 먹는 장소도 필요하죠. 그뿐입니까? 도구와 미술 등 분위기도 있어야겠죠.”

조 회장의 평소 지론은 사업 확장을 통해 하나씩 실현되고 있다.

그는 ㈜대우의 상사맨, 개인 무역사업 등으로 젊은 시절을 보내다가 1988년 부친에게서 VIP를 상대로 고급 도자기를 만드는 회사인 ‘광주요’를 물려받았다.

그러나 도자기에만 만족하지 않았다. 2001년 전통 민화를 벽지로 만들어 파는 업체 ‘서화’를 설립한 데 이어 2003년 서울 신사동에 고급 식기를 사용하는 한정식 레스토랑 ‘가온’을 열었다.

2005년에는 전통 증류주 ‘화요’가 나왔다. 여기에 전통 주점까지 더하면 작은 ‘한류(韓流) 그룹’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것 같다.

문화에 대한 그의 생각은 다부지다.

“우리 문화는 단절된 문화입니다. 의식주 대부분이 서구화됐죠. 우리도 세계시장으로 뛰어들어서 우리 문화를 팔아야 합니다.”

그는 일본의 문화 수출을 본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인들이 외국 손님들을 일본 식당에 데리고 가면 음식만 파는 것이 아닙니다. 손님들은 식사 예법과 술 문화, 다도(茶道)를 배우고, 일본 음악이나 방에 걸린 그림에 대해서도 말하게 되죠.”

일본 문화를 자연스럽게 체험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가 ‘가온’을 차린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술이면 술, 음식이면 음식, 그는 항상 VIP 마케팅을 고집한다.

“세계의 모든 문화는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속성이 있습니다. 서민 문화로 그치면 성공할 수 없어요. 비싼 사치품이 돼야 대중의 선망을 받을 수 있고 결국 세계로 퍼져 나가는 힘이 되죠.”

진출 업종은 물론이고 마케팅 방법도 모두 한류 전파라는 신념과 맞닿아 있다. 하지만 아무리 동기가 좋아도 사업성이 있을까.

“돈키호테 같다는 얘기도 많이 듣지만 두고 보세요. 언젠가는 평가해 줄 것으로 믿고 갈 길을 갈 겁니다. 문화 산업은 기다림이 필요합니다.”

이런 일을 왜 대기업에서는 안 하고 있을까.

“대기업들은 아이디어가 많죠. 하지만 외형에만 치우치고 매출액에 신경 쓰다 보니 제대로 된 문화를 수출하지 못 합니다. 돈과 타협하면 그것은 문화가 아닙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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