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카페]까르푸의 뒷모습

  • 입력 2006년 4월 17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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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국내 유통업계에서는 프랑스계 할인점 한국까르푸의 ‘매각 행보’가 단연 화제입니다.

1963년 설립된 까르푸는 현재 전 세계 32개 나라에서 1만1000여 개의 매장을 운영하며 세계 유통시장 1, 2위를 다투는 거대회사입니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기업이기도 하죠.

1996년 한국에 진출한 뒤 좋은 이미지를 쌓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았고 2004년에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주는 ‘바른 외국기업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올해 초 까르푸는 중국 시장에 전념하기 위해 한국에서 철수 결정을 내렸습니다. 사업상 철수는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일입니다.

문제는 매각 과정에서 보여준 까르푸의 이해하기 어려운 행보입니다.

까르푸는 2월 중순경 10여 개 국내업체에 매각 의사를 밝힌 뒤 3월 초 인수 의사를 보인 곳 중에서 4개사를 후보군으로 압축했습니다.

그런데 탈락한 업체들이 인수 의사를 강력히 밝히자 후보군 선정을 없던 일로 돌립니다.

이후 3월 말까지 인수에 관심을 가질 만한 기업들을 비밀리에 접촉했습니다.

개별 설명회가 있을 때마다 시장에는 갖가지 억측이 나돌았지만, 까르푸는 “일부 점포를 매각할지, 전체를 매각할지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며 뜬구름 잡는 해명으로 일관했습니다.

까르푸는 당초 인수의향서를 낸 업체 가운데 우선협상 대상자를 11일까지 선정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업체들이 제출한 인수가격이 기대에 못 미치자 가격을 올릴 것을 채근하며 우선협상 대상자 선정을 일방적으로 연기했습니다.

결국 13일 우선협상 대상자를 발표했지만 혼란은 더욱 커졌습니다. 인수의향서를 낸 업체 4곳을 모두 우선협상 대상자로 올려놓는 해괴한 내용이었기 때문이죠.

인수전에 참여한 업체 관계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원칙 없는 까르푸의 갈지자 행보에 넌더리가 난다”며 비판했습니다.

기업이 몸값을 최대한 끌어올리기 위해 이런저런 일을 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최소한 지켜야하는 상도(商道)는 있습니다.

‘세계 최고 유통기업’을 자부하는 까르푸라면 적어도 한국을 떠나면서 명예도 지켜야 하지 않을까요.

나성엽 기자 cp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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