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상의 전환
2003년 겨울. SKC울산공장은 하루에도 수차례 마라톤 회의를 가졌다.
석유화학 경기 호황으로 주문이 급증했지만 오폐수를 처리하는 소각로 시설의 한계로 전체 생산 공정이 차질을 빚고 있었기 때문.
생산이 늘어나면서 오폐수도 증가했지만 이를 기존 소각로로 처리하려다 보니 과부하가 걸려 번번이 잔고장을 일으켰다.
소각로를 추가로 짓는 방안을 논의했다. 하지만 고유가와 환경오염물질 규제가 강화되는 추세여서 기존 소각로 방식에는 한계가 있었다.
SKC울산공장은 새로운 대안을 ‘미생물 처리시설’에서 찾았다. 이는 박테리아가 폐수 안에 있는 오염물질을 먹어 없애는 방식이어서, ‘궁합’이 맞는 박테리아만 찾으면 기존 소각로 방식보다는 훨씬 효과적이다.
SKC울산공장은 모험을 감행했다. 큐바이오텍이라는 미생물 전문 벤처회사와 손잡고 1년 넘게 박테리아 배양에 매달렸다.
모험은 들어맞았다.
일산화탄소 미세먼지 질소산화물 등 환경오염물질의 배출 농도가 최대 17분의 1로 떨어졌다. 반면 오폐수 처리에 드는 비용은 연간 3억6000만 원으로 소각처리(30억 원)에 비해 10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SKC울산공장은 올해 안에 에틸벤젠이 함유된 오폐수도 미생물처리시설로 처리해 내년부터는 소각로를 아예 없앨 계획이다.
○소각로 없는 청정 플랜트 가능할까
미생물처리시설은 효용이 높지만 소각로를 완전히 대체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다.
오폐수의 종류와 농도에 따라 효과가 있는 박테리아가 따로 있어 석유화학업체들이 섣불리 나서지 못하기 때문이다. 50억 원에 이르는 초기 투자비용도 만만치 않아 기존 소각로에 안주하려는 기업이 적지 않다.
그러나 환경 규제가 강화되면서 소각로도 점차 경제성을 잃어가고 있다는 게 환경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오염물질의 농도를 낮추려면 오랫동안 태워 완전연소를 시켜야 하는데 고유가로 인해 비용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큐바이오텍의 박용석 대표는 “오폐수 처리를 소각로에만 의존하지 않고 미생물처리시설로 병행해 처리하는 게 최근 세계적 추세”라면서 “굴뚝 없는 석유화학공장이 생겨날 날도 머지않았다”고 말했다.
울산=김창원 기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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