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근영]장애인 고용, 내 가족의 일입니다

  • 입력 2006년 4월 18일 02시 58분


상시 근로자가 50인 이상인 모든 기업은 매년 3월 말까지 ‘장애인 고용 계획 및 실시 상황 보고서’를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에 제출해야 한다. 해당 기업 인사담당자들은 작년의 장애인 고용 현황과 올해의 고용 계획을 자세하게 기입해야 하는 보고서에 어떻게 써 넣어야 할지 부담을 느끼는 모양이다.

“우리 회사는 현실적으로 장애인을 채용하기 어렵습니다.” 미처 기한 내에 보고서를 제출하지 못한 기업의 담당자와 통화하다 보면 십중팔구는 이런 볼멘소리를 한다.

나름대로 공단의 채용 권유와 독촉에 ‘단련된’ 기업 담당자는 이렇게 말한다. “적합한 장애인이 지원한다면 차별을 두지 않습니다.”

자신의 회사에 적합한 자격 요건을 갖춘 장애인이 없는데 의무 고용을 어떻게 이행할 수 있겠느냐는 뜻이다. 모처럼 큰맘 먹고 공단에 구인 의뢰를 했으나 자신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인재를 만나지 못했을 때 이들의 목소리는 한 옥타브 높아진다.

장애인 고용 지원 사업을 수행하는 일선 기관의 입장에서 위의 두 가지 대답은 “우리 회사는 장애인 고용에 크게 관심이 없습니다”라는 말처럼 들린다.

“난 장애인이 아니다”라는 이분법적인 인식에 기초한 사회적인 무관심은 장애인 고용이 법정 의무고용비율(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 재활법)인 2%의 절반을 조금 넘는 1.3%에 머물러 있는 것에서 여실히 나타나고 있다. 총인구 대비 등록 장애인 비율 4%에도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20일은 장애인의 날이다. 과연 나는 장애와 무관하게 살 수 있을까? 불행하게도 현대 사회에서 장애의 대부분이 사회적인 활동 과정에서 발생한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지나친 낙관이다. 장애의 90%는 교통사고, 산업재해 등 사회적 요인에 의한 후천적 원인 때문에 발생하고 있다. 등록 장애인 수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해 지난해 말 현재 170만 명을 넘어섰다.

지난해 나온 장애인 실태 조사에 따르면 가정에 장애인이 있을 확률은 4인 가족 기준으로 18.36%였다. 거의 5가구 중 1가구꼴이다.

얼마 전 모 방송프로그램은 ‘초중고교생의 30%가 정신적 장애를 가지고 있다’고 방영했다. 정신적 장애까지 포함하면 장애의 범위는 더 넓어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장애와 나의 관계가 점점 깊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장애인이 있는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도시 근로자 가구 소득의 52%에 불과하고 15세 이상 장애인의 실업률은 23.1%였다. 이제 스스로 물어볼 일이다. “내가 예상하지 못한 원인으로 장애를 갖게 된다면 지금 내가 다니고 있는 회사는 나를 계속 고용할 것인가?” “내 아이가 남들과 다르다면 이 아이는 좋은 직업을 가질 수 있을 것인가?”

“예”라고 대답할 자신이 없다면 장애인 고용에 좀 더 관심을 기울이기 바란다. 지금 당신이 장애인 고용에 관해 갖는 관심과 노력은 스스로는 물론이고 가족과 사회를 위한 보험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장애인 고용은 ‘차이가 차별이 되지 않는 사회’를 만들자는 당위적인 명제일 뿐 아니라 우리 모두를 위한 생존의 문제이기도 하다.

김근영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 서울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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