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公的자금 빼먹으라고 정부는 망봐 줬나

  • 입력 2006년 4월 18일 02시 58분


부실기업이 공적(公的)자금을 빼먹은 사례가 검찰의 현대자동차 비자금 수사 과정에서 또 드러났다. 공적자금은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부실기업과 부실금융기관이 한꺼번에 쓰러지면 경제 충격이 너무 클 것 같아 정부가 국민 혈세로 따로 만든 돈주머니다. 그런데 부실을 털어낸다면서 부실기업주, 채권은행, 부실채권처리기관, 회계법인이 제각각 공적자금을 챙기는 범죄적 행위가 만연했으니 국민은 누굴 믿고 세금을 내겠는가.

검찰에 따르면 현대차 계열 부실기업인 ㈜위아(옛 기아중공업)와 아주금속은 산업은행 등이 안고 있던 부실채권을 기업구조조정회사에 싸게 넘기게 한 뒤 이를 되사는 수법 등으로 빚 가운데 550억 원을 탕감받았다. 두 부실기업은 이런 이득을 얻기 위한 로비에 41억 원을 썼다고 한다. 이때 탕감된 기업 빚만큼의 은행 손실을 메워준 돈이 바로 공적자금이다.

의류업체 태창은 비슷한 수법으로 빚 103억 원을 줄였고 김대중 정부 때 성원건설은 대통령 아들과 처조카에게 청탁해 은행 빚을 탕감받았다. 회사 돈을 회장의 이혼 위자료로 쓴 동아건설, 사찰 시주 명목으로 쓴 성원토건그룹, 친인척 명의로 빼돌린 쌍용그룹에도 공적자금이 투입됐다.

정부는 지금까지 168조2000억 원의 공적자금을 썼지만 회수된 금액은 45.3%인 75조7800억 원뿐이다. 우리금융 매각 등으로 32조 원을 더 회수해도 전체의 36%인 60조 원은 결국 국민 혈세로 메울 수밖에 없다.

공적자금관리위원회는 ‘공적자금은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말하지만 ‘운용 관계자들이 제돈 10만 원은 아까워해도 공적자금 10억 원은 헤프게 쓴다’는 항간의 지적도 상당 부분 사실 아닌가. 대체 누구의 미래를 위해 국민 혈세를 그렇게 관리했는지 정부와 공자위, 한국자산관리공사, 예금보험공사, 산은 등의 책임소재가 밝혀져야 한다. 공적자금을 ‘주무르는’ 주체들이 자금 빼먹는 기업들을 비호하면서 ‘제 손에도 떡고물 묻히기에 바빴던’ 것은 아닌지, 차제에 국민적 불신을 씻어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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