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G는 지금 폭풍전야… “아이칸 말좀 해라…”

  • 입력 2006년 4월 18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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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전야’를 연상케 한다.

지난달 주주총회 이후 19일 첫 이사회를 여는 KT&G의 분위기다.

이 자리에는 KT&G의 경영권을 공략 중인 ‘칼 아이칸 연합군’의 워런 리히텐슈타인 스틸파트너스 대표가 참석한다.

그는 지난달 17일 KT&G 주주총회에서 외국인 주주들의 지지로 사외이사 입성에 성공했다.

뉴욕 월스트리트에서도 ‘얼굴 없는 투자자’로 알려진 리히텐슈타인 씨의 등장은 초미의 관심사. 하지만 리히텐슈타인 씨는 “언론에 내 얼굴을 알리지 않겠다”며 대책을 요구해 KT&G를 난처하게 만들고 있다.

○ 아이칸 측 ‘깜짝쇼’ 있나

주주총회 이후 한 달간은 아주 조용했다.

칼 아이칸 측이 회사자료를 요청하거나 주가부양책을 요구하는 등 구체적인 액션이 단 한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회사 측은 이사회 개최를 놓고 엄준호 스틸파트너스 한국대표와 전화로 일정을 몇 차례 상의한 게 고작이었다(엄 대표는 기자들이 전화하면 “고맙습니다”라는 말 한마디만 하고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는다).

이 때문에 19일 이사회에 참석하는 리히텐슈타인 씨가 과연 어떤 요구를 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KT&G의 기업설명회(IR)팀 관계자는 “어떤 제안이나 요구를 할지 사실 예측불허지만 부동산 매각, 자사주 매입 등 종전 입장에서 많이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주가 부양을 위한 ‘폭탄선언’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 주총 이후 KT&G는 어떻게 변했나

3·1절을 맞아 ‘아리랑’을 출시했던 KT&G는 12일 또 ‘에쎄 순’이라는 새로운 담배를 내놨다.

한 달여 만에 2개의 신제품을 잇달아 선보인 건 드문 케이스. 이는 이 회사가 처한 위기감을 그대로 말해준다.

국내 담배를 독점생산하고 있는 KT&G는 아이칸 측의 공략을 받는 사이 1분기(1∼3월) 시장점유율이 지난해 73%에서 올해는 71%로 2%포인트가량 떨어졌다. 경영권 방어에 신경 쓰는 동안 외국 담배회사들이 치고 올라온 것이다.

이 때문에 신제품 출시와 마케팅 활동 강화로 그동안 손놓고 있었던 시장관리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조직도 정비했다. 곽영균 사장의 권한과 업무가 과중하다는 지적이 있어 마케팅 해외사업개발 총괄관리는 이광열 전무에게, 제조 기술개발실 총괄관리는 민영진 전무에게 이양했다.

또 홍보실을 구조조정본부 역할을 하는 기획조정실 산하로 편입시키고 홍보실장도 교체했다.

한 달 동안 주가는 5만4000원에서 5만6500원으로 소폭 상승했지만 소강국면이다. 일부에선 “아이칸 약발이 다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 뾰족한 경영권 방어대책 없어 고민

곽 사장에게 물었다. “경영권 방어 묘책이 있느냐”고.

“장사를 잘해 주가를 올리는 게 최선 아니겠느냐”는 원론적인 대답이 돌아왔다.

우호지분 확보 등 단기적인 수단보다 기업과 주주가치 제고(提高) 등 장기적으로 내다보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하지만 이는 당장 내놓을 비책이 딱히 없다는 얘기나 마찬가지. 이제 ‘적과의 동침’으로 속을 다 까보여야 하는 KT&G로서는 앞날이 더욱 힘들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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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수 기자 ssoo@donga.com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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