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로의 초대]한국밸류자산 이용재 사장

  • 입력 2006년 4월 18일 03시 05분


이훈구 기자
이훈구 기자
《펀드 수수료는 연 2.8%로 업계 최고 수준. 운용하는 펀드는 주식형과 채권형 단 2개뿐이다. 게다가 가입 후 3년 동안 사실상 환매(중도 인출)가 불가능하다. 환매를 하면 엄청난 수수료를 물어야 한다. 고객 입장에서 보면 조건이 까다롭기 이를 데 없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이 펀드를 출시한 곳이 지난주 출범한 신생 자산운용사라는 사실이다. 도대체 새내기 회사가 무슨 배짱으로 이런 펀드를 만들었을까. 한국밸류자산운용은 국내 최초로 가치투자 전문 자산운용사를 표방하며 14일 인가를 받았다. 한국밸류자산운용 이용재 사장은 이렇게 말한다. “명품 펀드를 만들겠습니다. 5년이 지났을 때 ‘아, 그 펀드가 정말로 고객을 생각하는 명품이었구나’라는 평가를 듣겠습니다.”》

○ 투자철학 공유 못하면 거액도 사절

밸류자산운용이 운용하는 펀드는 ‘한국밸류 10년 투자’ 주식형과 혼합형이다.

펀드 이름에서 나타나듯 이 펀드는 초장기 가치투자를 지향한다. 펀드 가입 후 1년 안에 환매하면 수익의 70%를, 2년 안에 환매하면 50%, 3년 안에 환매하면 30%를 수수료로 내야 한다. 3년 안에는 환매하지 말라는 뜻이다.

이런 까다로운 조건에 동의할 법인 고객이 얼마나 될까. 큰돈을 맡기는 법인 고객의 경우 투자를 결정하는 책임자의 임기조차 3년이 채 되지 않는다. 그렇게 오래 투자할 곳이 거의 없다.

“그런 고객 돈은 안받겠다는 겁니다. 아무리 거액이어도 투자 철학을 훼손할 가능성이 있는 성격의 돈은 받지 않겠습니다. 가치투자 철학을 믿고 10년을 함께할 고객을 찾겠습니다.”

이 사장은 자신감이 넘쳤다. 그의 자신감은 펀드 운용 책임자가 ‘한국의 워런 버핏’, ‘한국 가치투자의 상징’으로 불리는 이채원 전무라는 점에서 출발한다.

“이 전무는 동원증권에서 고유 자산을 운용하면서 2000년 4월부터 올해 2월까지 누적 수익률 435%를 올렸습니다. 코스피지수 상승률(56.40%)과 비교가 되지 않지요. 매년 꾸준한 수익을 올렸고 이것이 복리로 쌓이니 이런 놀라운 결과가 나왔습니다. 우리가 지향하는 투자도 바로 이런 것입니다.”

○ 6년 이상 팀워크 다진 인력이 강점

‘명품 펀드’의 1년 목표수익률은 어느 정도일까. 인터뷰에 동석한 이 전무는 “대외적으로 연 10%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가치투자자들은 목표 수익률을 낮게 잡는 경향이 있어 ‘대외용’이 아니라 실제로 몇 %를 목표로 하고 있는지 물었다. 이 전무는 “연 15∼20%는 가능하다”고 답했다.

이 수치를 기사화해도 좋은지 물었다. 이 전무는 잠깐 망설이더니 “괜찮다”고 답했다.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이 사장은 “한 해 수익률이 증시 주변 상황에 따라 목표에 못 미칠 수 있어도 최소한 3년 이상 맡기면 복리로 목표수익률을 분명히 달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전무도 “가치투자자에게 3년은 주식투자의 위험을 사실상 없앨 수 있는 충분한 기간”이라고 덧붙였다.

이 사장은 “이 전무를 비롯한 운용인력 모두가 6년 이상 팀워크를 다져 온 쟁쟁한 가치투자자들”이라고 자랑했다. 이들 모두 연봉 손해를 감수하고 ‘제대로 된 가치투자 운용사’를 만들어 보자는 취지에서 회사에 합류했다는 것.

그는 “우리 운용팀은 2000년 코스닥 거품이 최고였을 때에도 끈질기게 가치주에 투자해 성공한 진짜 가치투자자들”이라며 “장기 자금을 운용하는 고객들이 굳게 믿고 맡길 수 있는 자산운용사가 되겠다”고 말했다.

이완배 기자 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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