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펀드 또 모럴해저드…검찰, 에이콘-피칸 기소

  • 입력 2006년 4월 18일 03시 05분


LG그룹 사주의 사위와 LG카드의 사외이사였던 외국계 펀드 대표가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보유 주식 수백만 주를 매도하는 수법으로 수백억 원의 손실을 회피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벌 회사와 해외 펀드 관계자들이 미공개 정보 이용 혐의로 기소된 것은 처음이다.

사정을 모르고 이들이 판 주식을 산 소액투자자들은 미공개 정보가 알려지면서 주가가 폭락해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사부(부장 박성재·朴性載)는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LG카드 주식을 미리 팔아 수백억 원의 손실을 회피한 혐의(증권거래법 위반)로 외국계 펀드 에이콘, 피칸의 임원인 황성진 워버그핀커스 한국대표와 이동렬 LG화학 상무를 17일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수혜자도 처벌하도록 한 증권거래법의 양벌(兩罰) 규정에 따라 에이콘, 피칸 법인과 LG카드 주요 주주였던 최병민(崔炳敏) 대한펄프 회장을 각각 벌금 263억 원과 112억 원에 정식 재판을 청구했다.

최 회장은 구자경(具滋暻) LG그룹 명예회장의 둘째 사위이고, 이 상무는 최 회장 등 LG카드 주요 주주의 대리인이었다.

▽자기들끼리만 수백억 원 손실 피해=2003년 4월 유동성 위기에 몰린 LG카드는 유상증자를 했지만 1조 원이 넘는 손실이 발생하자 같은 해 10월 30일 2차 유상증자 계획을 공시했다.

LG카드 사외이사였던 황 대표는 2차 유상증자 공시 직전 이 같은 정보를 입수하고 공시 하루 전까지 에이콘, 피칸 소유의 LG카드 주식 576만 주를 주당 평균 1만6000원에 팔아 치웠다. 이로써 263억 원의 손실을 피할 수 있었다. 이후 LG카드 주가는 2004년 초 1000원 안팎까지 떨어졌다.

에이콘, 피칸은 외국계 펀드 운용사인 워버그핀커스 등이 LG카드 투자를 위해 말레이시아 라부안에 설립한 법인이다.

이 상무 역시 같은 내용의 미공개 정보를 입수한 뒤 2003년 9, 10월 최 회장 소유의 LG카드 주식 180만 주를 평균 1만7500원에 팔아 112억 원의 손실을 회피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황 대표와 이 상무 등은 미공개 정보 이용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고 검찰은 전했다.

▽LG그룹 회장 일가는 무혐의=검찰은 2004년 1월 LG투자증권 노조가 구본무(具本茂) LG그룹 회장 등 LG카드 주요 주주 94명을 같은 혐의로 금융감독원에 조사 의뢰한 사건은 무혐의 처리했다.

검찰은 “구 회장 등의 거래는 일가끼리 지분을 사고판 것이라 처벌 대상이 아니다”라며 “LS그룹 주요 주주 25명은 유상증자 공시 이후에 주식을 팔았기 때문에 미공개 정보를 이용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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