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2001년 제정된 ‘범죄 수익 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범죄수익규제법)’에 따른 것이다. 대기업의 비자금으로 조성된 재산에 대해 국가가 환수를 시도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부장 박영수·朴英洙)는 정 회장 등이 비자금으로 조성한 재산을 효율적으로 추적하기 위해 5월 공식 출범할 대검 산하 ‘자금세탁 수사 및 범죄 수익 환수전담팀’의 준비팀장이었던 이용일(李龍一) 중수부 첨단범죄수사과 검사를 17일 현대차그룹 비자금 수사팀에 합류시켰다.
검찰은 수백억 원대의 현대차그룹 비자금 가운데 상당액이 정 회장 부자의 회사 지분 매입 등에 사용된 단서를 확보했다.
범죄수익규제법은 기업주의 횡령, 주가 조작, 환투기 등의 범죄로 얻은 수익을 추적해 국가가 환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비자금은 물론 비자금을 활용해 불린 재산까지 모두 ‘범죄 수익’으로 간주된다.
이 때문에 수사 결과에 따라 정 회장 부자가 계열사 지분 등을 사회에 헌납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상황이 올 수 있으며, 정 회장의 그룹 지배권과 정 사장의 경영권 승계 구도가 크게 흔들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검찰은 이르면 20일이나 21일에 정 사장을, 중국에서 19일 귀국할 예정인 정 회장은 다음 주에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검찰은 18일 정 회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김동진(金東晉) 현대차 부회장을 소환해 조사했다.
한편 검찰은 현대차그룹 계열사의 부채 탕감 청탁과 함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됐으나 기각된 박상배(朴相培) 전 산업은행 부총재와 이성근(李成根) 산은캐피탈 사장에 대해 보강 조사를 한 뒤 구속영장을 다시 청구하기로 했다.
검찰은 18일 박 전 부총재의 서울 강남구 대치동 자택을 압수수색해 예금 통장과 메모장 등을 확보했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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