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특집/현장에서]수입차 쓰나미

  • 입력 2006년 4월 19일 07시 12분


올해 1분기(1∼3월) 한국에서 판매된 수입자동차는 9767대다. 국내 총자동차판매량 22만7492대의 4.3%를 차지한다. 수입차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68.1%나 늘어났다.

1987년 수입차 시장이 개방된 이후 점유율이 1%를 넘어서기까지는 15년이 걸렸다. 그러나 4%까지 오르는 데는 이후 3년이 조금 더 걸렸다. 그만큼 최근 수입차 시장의 성장 속도는 빠르다.

요즘 한국 수입차 시장은 그야말로 ‘춘추전국시대’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등록된 브랜드만 22개다. 자고 나면 새 모델이 수입돼 전시장에 모습을 드러낸다. 가격 경쟁도 치열하다. 2006년형 모델을 2005년형 모델보다 오히려 싸게 내놓기도 한다. 수입차 업체들은 경쟁을 통해 체력을 키우고 있다.

이제 한국에서 수입차는 ‘그들만의 시장’이 아니다. 당당히 국산차와 경쟁하고 있다. 소비자들의 인식도 변하고 있다. 남들의 이목에 신경 쓰는 대신 대형 국산차를 구입할지, 또는 중형 수입차를 구입할지 진지하게 고민하는 것이 요즘의 소비자다. 수입차 구입 연령도 낮아지고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도 수입차 시장을 전망하는 중요한 변수다. 어떤 결론이 날지 모르지만 만약 FTA가 체결된다면 자동차 산업에도 영향을 주게 된다. 미국의 승용차 관세는 2.5%로 한국(8%)에 비해 낮다. 양국 관세가 철폐되면 상대적으로 미국 업체의 혜택이 클 가능성이 있다. 도요타, 혼다 등 미국에 공장을 가지고 있는 일본 업체의 우회 수출 가능성도 생각해야 한다. 수입차 시장이 커질 것은 분명하다.

지금까지 한국의 자동차 산업은 주로 해외에서 세계와 경쟁해 왔다. 국내 시장에서 국산차는 가격 경쟁력과 사회적 인식, 그리고 소비자의 ‘애국심’에 힘입어 수입차에 비해 ‘판매 프리미엄’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제 그런 시대가 저물고 있다. 바야흐로 ‘안방’에서 전쟁을 치르게 된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산차 업체들은 안방을 지키기 위해 과연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가. 진지하게 되돌아볼 때다. 안에서 이기지 못하면 밖에서도 이길 수 없기 때문이다.

주성원 경제부 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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