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안한 요소도 있지만…
사실 한국 경제를 둘러싼 주변 여건은 그다지 좋지 않은 편이다.
국제 유가는 국내 기업이 견딜 수 있는 한계로 여겨지던 배럴당 70달러를 넘어섰고 달러당 원화 환율도 950원 선을 위협하고 있다. 또 미국 금리도 그동안 계속 오르는 추세였고 국내 기업 실적도 그다지 좋지 않았다. 거시 경제 여건만 보면 주가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이유가 별로 보이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주가가 급등하는 것은 ‘모래성 같은 거품’이거나 ‘악재가 서서히 마무리되는 개선의 징후’ 가운데 하나로 해석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거품보다 개선의 징후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우선 국제 유가는 이란 핵개발을 둘러싼 긴장 고조가 주 원인으로 경제 환경의 근본적인 변화라기보다 일시적인 현상일 가능성이 높다.
물론 환율 하락은 언제까지 이어질지 예측이 어렵다. 하지만 미국 금리가 안정되기 시작했다는 점은 증시로 보면 분명히 반가운 소식이다. 미국 FOMC가 금리 인상 중단을 시사하면서 오랫동안 증시를 짓눌렀던 금리의 불확실성은 사실상 소멸됐다는 평가가 많다.
무엇보다 최근 신흥시장에 관심이 높았던 외국인투자가들이 인도 증시가 급등하자 상대적으로 저평가돼 있는 한국 증시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는 점이 긍정적이다.
외국인은 삼성전자의 자사주 매입을 기회로 주식을 대거 팔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19일 오히려 삼성전자 등 전기전자 업종을 집중적으로 사들이며 주가를 이끌었다.
○ 2차 대세 상승은 완만하게
주가가 오르는 쪽으로 방향을 잡더라도 지난해처럼 빠르게 오르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많다.
간접투자 문화가 자리 잡으면서 국내 증시의 성격이 많이 달라졌기 때문.
적지 않은 악재에도 불구하고 지난달까지 지수가 1,300 선을 지켜낸 것은 적립식 펀드를 중심으로 꾸준히 증시로 자금이 들어온 덕분이다.
이처럼 간접투자가 활성화되면서 국내 증시가 ‘들끓었다 폭락했다’를 반복하던 냄비증시에서 벗어나 경기 지표를 완만하게 반영하는 차분한 증시로 바뀌었다는 것.
이 때문에 약세장의 하락 폭도 상대적으로 작았지만 반대로 상승기 오름세도 천천히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신영증권 김세중 투자전략팀장은 “한국 증시가 과거에 비해 훨씬 안정적으로 바뀌었다”며 “증시가 2차 장기 강세장 초입에 있는 만큼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에 나설 만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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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배 기자 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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