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관리 20년’ LG화학 육근열 부사장의 감별법

  • 입력 2006년 4월 22일 03시 03분


서용빈(LG 트윈스)이라는 야구선수가 있다.

1994년 신인드래프트에서 전체 42명 가운데 꼴찌나 다름없는 41번째로 뽑힌 선수다.

하지만 어느 날 스프링캠프에서 전설적인 야구 스타인 장훈 씨에게서 “좋은 스윙을 갖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 용기를 얻은 그는 밤낮으로 방망이를 휘둘렀다. 손바닥 피부가 다 벗겨져 손등으로 세수를 할 정도였다.

서용빈은 그해 전 경기에 출전해 최다안타 2위(157개), 타격 4위(타율 0.318)로 맹활약했고 중심타자로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다.

‘그저 그런’ 선수였던 그를 전혀 다른 타자로 만든 건 바로 칭찬 한마디였다.

LG화학의 인력관리 부문장을 맡고 있는 육근열(사진) 부사장은 이 일화를 소개하며 ‘칭찬, 인정, 존중, 배려’를 효율적 인사의 4가지 키워드로 꼽았다.

“요즘 신입사원들은 조직보다는 개인과 가정을 중시합니다. 조직에 대한 로열티가 떨어지죠. 하지만 일할 때 ‘시간 때우기’가 아니라 업무를 효율적으로 하는 것은 장점입니다. 상사가 립서비스가 아니라 진심으로 칭찬하고 존중해 주면 업무 능력이 배가되죠.”

육 부사장은 1985년 금성통신(현 LG전자) 인사과에 근무한 것을 인연으로 인력관리만 20년 넘게 담당한 ‘인사통’. 오랜 경험 끝에 그가 좋은 인재를 구별해 내는 방법은 ‘인성(人性)’을 보는 것이다.

“학점이나 학교 같은 데이터보다는 조직에 적합한 인성과 태도가 가장 중요합니다. 실력이 다소 떨어지는 건 회사에서 학습을 시키면 됩니다.”

최근 회사들의 신입사원 면접시간이 부쩍 길어지고 다양한 면접 방법을 도입하는 것도 인성을 들여다보기 위해서라고 한다.

“가령 축구를 시켜 봅니다. 남에게 패스 안 하고 혼자 공을 몰면 독단적인 스타일이죠. 모 은행장은 지점장 인사를 할 때 꼭 고스톱을 친다고 합니다. 가장 문제 있는 스타일은 패 안 보고 무조건 고(GO)하는 사람이죠. 피를 차곡차곡 모으는 사람이 꼼꼼하고 일 처리가 확실하다더군요.”

육 부사장은 이달 초 미국 시카고와 샌디에이고에 다녀왔다. 현지 우수 인재를 뽑는 ‘BC(Business&Campus) 투어’를 위해서였다. 김반석 LG화학 사장도 직접 동행했다.

LG화학은 해외와 국내에서 인재를 채용하는 방법이 11가지나 된다고 한다.

육 부사장은 “인력관리는 글로벌 기업의 필수 요소”라며 “잭 웰치 전 GE 회장은 ‘자기시간의 60%를 인력관리에 썼다’고 할 정도였다”고 했다.

김상수 기자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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