田감사원장 “외환은행 매각 늦춰야”

  • 입력 2006년 4월 22일 03시 03분


전윤철 감사원장(사진)이 20일 국회 법사위에서 “여러 가지 문제가 풀릴 때까지 (외환은행의 재매각) 절차는 지연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고 밝혀 발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개인 의견’이라는 전제를 달기는 했지만 감사를 총지휘하고 있는 헌법기관의 수장이 공개적으로 매각 절차 지연 입장을 밝힌 것은 이례적이다.

그동안 한나라당 등 정치권 일부에서 ‘매각 유보론’을 주장하기는 했지만 정부 고위 당국자로서는 처음이다.

감사원 정창영 홍보관리관은 “감사가 진행 중인 사안인 만큼 그전에 매각 절차가 끝나서는 안 된다는 원론적인 의미”라며 “다른 뜻은 없다”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하지만 감사원장이라는 자리의 무게로 볼 때 매각 의혹을 풀어 줄 단서를 잡지 않았다면 하기 힘든 발언이라는 의견이 설득력 있게 들린다.

전 원장은 론스타가 2003년 외환은행을 인수할 때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조작에 관여해 인수 계약 자체가 무효화될 가능성에 대해 “계약의 유·무효를 따질 수 있다는 법리를 가지고 있지만 한국의 대외 신뢰도를 떨어뜨리지 않기 위해서는 개입 여부에 대한 근거가 확실해야 하기 때문에 어려움이 있다”고 했다.

감사원은 2003년 말 외환카드의 손실 규모를 8000억 원 이상 부풀려 외환카드에 다시 내려 보낸 외환은행의 내부 공문을 최근 입수해 경위를 집중 조사하고 있다.

전 원장의 발언으로 매각 절차는 당초 예정보다 늦춰질 것이 확실시된다.

감사원장의 발언에도 불구하고 외환은행 매각 작업이 감사원과 검찰 조사가 마무리되기 전에 끝나면 향후 감사 대상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 당국이 외환은행 인수에 나선 국민은행에 대해 ‘속도 조절’을 요구할 수도 있다.

외환은행 인수 우선협상대상자인 국민은행은 21일까지 하기로 했던 정밀실사 기간을 2주 이상 연장하는 방안을 론스타와 협의하고 있다.

전 원장의 발언으로 힘을 받고 있는 ‘매각 속도 조절론’이 감사원과 검찰의 조사 결과에 따라서는 ‘매각 불가론’으로 바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