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의견’이라는 전제를 달기는 했지만 감사를 총지휘하고 있는 헌법기관의 수장이 공개적으로 매각 절차 지연 입장을 밝힌 것은 이례적이다.
그동안 한나라당 등 정치권 일부에서 ‘매각 유보론’을 주장하기는 했지만 정부 고위 당국자로서는 처음이다.
감사원 정창영 홍보관리관은 “감사가 진행 중인 사안인 만큼 그전에 매각 절차가 끝나서는 안 된다는 원론적인 의미”라며 “다른 뜻은 없다”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하지만 감사원장이라는 자리의 무게로 볼 때 매각 의혹을 풀어 줄 단서를 잡지 않았다면 하기 힘든 발언이라는 의견이 설득력 있게 들린다.
전 원장은 론스타가 2003년 외환은행을 인수할 때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조작에 관여해 인수 계약 자체가 무효화될 가능성에 대해 “계약의 유·무효를 따질 수 있다는 법리를 가지고 있지만 한국의 대외 신뢰도를 떨어뜨리지 않기 위해서는 개입 여부에 대한 근거가 확실해야 하기 때문에 어려움이 있다”고 했다.
감사원은 2003년 말 외환카드의 손실 규모를 8000억 원 이상 부풀려 외환카드에 다시 내려 보낸 외환은행의 내부 공문을 최근 입수해 경위를 집중 조사하고 있다.
전 원장의 발언으로 매각 절차는 당초 예정보다 늦춰질 것이 확실시된다.
감사원장의 발언에도 불구하고 외환은행 매각 작업이 감사원과 검찰 조사가 마무리되기 전에 끝나면 향후 감사 대상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 당국이 외환은행 인수에 나선 국민은행에 대해 ‘속도 조절’을 요구할 수도 있다.
외환은행 인수 우선협상대상자인 국민은행은 21일까지 하기로 했던 정밀실사 기간을 2주 이상 연장하는 방안을 론스타와 협의하고 있다.
전 원장의 발언으로 힘을 받고 있는 ‘매각 속도 조절론’이 감사원과 검찰의 조사 결과에 따라서는 ‘매각 불가론’으로 바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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