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먹고살게 하는 것이 최고 정의”

  • 입력 2006년 4월 27일 03시 03분


“고민 많았습니다”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그룹 회장 부자의 사법 처리 문제로 고심하는 정상명 검찰총장이 26일 낮 12시경 굳은 표정으로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사를 나서고 있다. 정 총장은 오전 출근길에 기자들을 만났을 때 “하루 종일 고민해 보겠다”고 말했다. 김동주 기자
“고민 많았습니다”
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그룹 회장 부자의 사법 처리 문제로 고심하는 정상명 검찰총장이 26일 낮 12시경 굳은 표정으로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사를 나서고 있다. 정 총장은 오전 출근길에 기자들을 만났을 때 “하루 종일 고민해 보겠다”고 말했다. 김동주 기자
채동욱(蔡東旭)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수사기획관은 현대·기아자동차그룹 비자금 사건과 관련해 26일 “정상명(鄭相明) 검찰총장이 정몽구(鄭夢九) 현대차그룹 회장과 정의선(鄭義宣) 기아차 사장의 사법처리 방침을 정했다”고 발표했다. 오후 7시 20분 브리핑 자리에서였다.

내용을 공개하지는 않았다. 정 회장 부자의 사법처리 수위에 대한 결정 내용은 27일 오후 2시 공식 발표하기로 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정 총장 등 검찰 수뇌부는 정 회장을 불구속 기소하고 정 사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이 구속될 경우 우려되는 사회경제적 파장을 비중 있게 고려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유가 급등과 환율 불안 등 경기 불안 요인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검찰이 정 회장을 구속하면 최근 비상경영에 돌입한 현대차와 기아차의 경영이 타격 받을 게 불가피하다는 판단을 했다는 설명이다.

최근 정 총장이 일선 고검장과 지검장을 상대로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에서도 이 같은 우려가 제기됐다고 한다. 고검장과 지검장들은 “국민이 먹고살 수 있게 해 주는 것도 ‘최고의 정의’가 될 수 있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중수부 수사팀이 26일 정 총장에게 수사 결과를 보고하면서 정 회장 구속 의견을 강하게 제기하고 정 총장이 이를 수용하면서 기류가 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객관적으로 드러난 수사 결과와 법 원칙에 따라 사건을 처리해야 한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정 총장은 또 1000억 원대 비자금 조성과 편법 상속 등의 혐의가 있는 현대차그룹의 비리를 엄하게 처벌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기업의 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정 회장을 불구속하고 정 사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할 경우 주범격인 정 회장을 약하게 처벌하고 종범격인 정 사장을 강하게 처벌하는 ‘증거 조작’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도 이런 결정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정 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침을 확정할 경우 거대 재벌 기업의 비리를 법의 잣대로 엄격하게 처벌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어려운 경제상황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반론도 예상된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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