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개 협력업체와 회사별 TF 구성
세계 청소기 시장은 연평균 성장률이 3%도 안 되는 포화 상태다.
시장에서는 이미 첨단기술이 아닌 가격으로 경쟁하고 있어 인건비가 낮은 중국 기업들이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고민 끝에 ‘협력업체와 한몸이 돼야 이길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협력업체의 제품 개발과 제조, 기술, 구매 등 모든 과정을 함께 분석해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면 결국 삼성전자의 경쟁력도 높아진다고 판단한 것.
프로젝트 이름은 ‘V-900(Victory-900)’이라고 붙였다. 원-달러 환율이 900원이 되더라도 살아남자는 뜻. 지난해 5월부터 신아솔물산과 인탑스, 광주삼정기업 등 5개 협력업체 직원들과 삼성전자 광주사업장 청소기팀 직원들이 회사별로 TF를 구성해 매주 활동을 벌였다. TF의 활동은 협력업체들의 생산성과 품질, 원가 경쟁력 향상에 크게 도움이 됐다. 인탑스의 경우 지난해에만 6억 원 이상의 비용을 줄였다.
삼성전자는 협력업체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지난해 15.8%의 점유율로 TTI, 킹클린(King Clean) 등 중국 업체들을 제치고 세계 청소기 시장 1위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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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국내에서 만들어지는 삼성전자 청소기가 높은 가격 경쟁력을 갖게 된 것도 V-900의 성공이 큰 영향을 미쳤다. 이진곤 삼성전자 광주사업장 청소기팀 상무는 “중국 업체보다 청소기 모터 원가는 1.2배, 1인당 매출은 13배의 경쟁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원-달러 환율이 크게 하락(원화가치 상승)하고 고유가가 지속되는 등 경영 환경이 좋지 않았는데도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었던 이유다.
삼성전자는 올해 5개 협력업체와 추가로 V-900 활동을 벌이고 있다. 앞으로 대상 업체를 더 늘려갈 계획.
이정채 신아솔물산 전무는 “삼성전자와의 TF 활동으로 비용 절감과 품질 향상 등 체계적인 경영 개선의 틀이 갖춰졌다”며 “제조사와 납품사 사이의 의사소통이 원활해지면서 효율성도 높아졌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이 상무는 “중국 인도 등 신흥 시장 공략과 다양한 부가 기능을 넣은 프리미엄 제품 개발이 향후 청소기 시장의 성패(成敗)를 좌우하게 될 것으로 보고 다양한 전략을 세우고 있다”고 밝혔다.
이상록 기자 myzod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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