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름시름 제약업계 “약 좀 주소”

  • 입력 2006년 4월 27일 03시 03분


우리나라 제약회사들에 2006년은 ‘고난의 해’가 될 것 같다.

일부 시험기관이 복제의약품(카피약)의 생물학적 동등성(생동성) 시험 결과를 조작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회사 신뢰도에 타격이 불가피하게 됐다.

카피약은 오리지널약의 성분이나 효능을 복제한 것으로 우리나라 제약회사들의 주 수입원.

정부는 국내 전문 의약품 중 3900여 개의 카피약 전체를 전면 재조사하기로 방침을 정해 파장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 같다. 게다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때문에 미국도 국내 업체의 카피약 생산에 제동을 걸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달 정부의 ‘약가(藥價) 재평가’ 정책에 따라 1400여 개 품목의 약값이 줄줄이 인하된 것도 제약업계로서는 큰 부담이다.

○대책 마련에 분주한 제약업계

25일 카피약 시험 결과 조작 파문이 터지자 각 제약회사에 소비자들의 항의 전화가 줄을 이었다. 병원과 약국에서는 해당 품목의 반품 요청이 잇따랐다.

다음 날인 26일에도 상황은 급박하게 돌아갔다.

시민단체가 관련 제약회사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을 낼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았다. 회사마다 해당 의약품의 판매 금지로 생길 매출 손실 규모를 파악하고 다가올 검찰 조사를 준비하는 등 분주한 분위기였다.

제약업계는 자신들이 나서서 시험 결과를 조작한 것도 아닌데 마치 제약회사가 모든 일을 저지른 것처럼 비쳤다며 억울하다는 반응이다. 일각에서는 제약업체와 시험기관 사이에 모종의 거래가 있었던 것은 아닌지 하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한 제약업체 관계자는 “해당 의약품의 매출액이 얼마 되지도 않는데 그것 하나 팔려고 우리가 결과를 조작했을 리가 있느냐”고 항변했다.

○구조조정의 계기가 될 수도

이 사태가 오리지널 신약 판매를 주로 하는 다국적 제약업체에만 좋은 일이 됐다는 분석도 있다. 다국적 기업의 국내 제약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이미 35.7%까지 치솟았다.

국내 제약회사들의 카피약 매출 비중은 60∼80%. 연구개발(R&D) 투자 비중이 선진국보다 낮은 토종 제약사로서는 쉽고 빠른 시간에 만들어 이익을 남길 수 있는 카피약 생산으로 회사 수익을 올릴 수밖에 없었다.

전문가들은 이 사태가 오히려 카피약 위주의 제약업체 매출 구조를 근본적으로 수술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한화증권 배기달 연구원은 “연구개발 능력이 없이 카피약만 만들고 오직 영업으로만 수익을 내는 업체가 너무 많다”며 “신약 개발 기업으로 가는 과도기 상황인 만큼 이번 파문은 업계의 구조조정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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