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코스피지수는 1,400을 넘어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수출기업의 부진=증시 급락’이라는 오래된 공식이 올해는 적용되지 않고 있는 것.
이런 현상은 국내 증시의 체질이 달라진 덕분이라는 분석이 많다. 과거 증시를 주도했던 수출기업들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줄어든 반면 내수기업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증시의 체질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올해 들어 원-달러 환율이 급락하자 증권가에서는 “증시가 견딜 수 있는 마지노선은 950원”이라는 말이 나돌았다.
그러나 환율 950원 선이 무너진 뒤에도 코스피지수는 통신과 금융주, 건설주들의 안정적인 오름세에 힘입어 1,400 선을 굳게 지켜내고 있다. 이들 모두 환율 하락에 거의 영향을 받지 않는 내수주들이다.
특히 건설업종은 이달 들어 25일까지 14.7% 급등하며 시장을 주도했다. 통신업종도 10.90% 올랐고 보험업종도 7.36% 상승하며 주목을 받았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거래소 시가총액 상위 100개 기업 가운데 매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50%를 넘는 수출주는 고작 30개인 것으로 나타났다. 시가총액으로 따져도 수출주는 262조 원(43.1%)에 그쳐 내수주(346조 원)에 못 미쳤다.
이는 과거와 크게 달라진 것. 2004년에만 해도 수출주와 내수주의 시가총액 비중은 52% 대 48% 정도로 수출주가 앞섰다. 그것이 역전돼 이제는 43% 대 57%로 내수주의 비중이 커진 것.
주가도 내수주가 더 많이 올랐다.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거래소에서 수출 비중이 늘어난 179개사의 주가는 평균 1.48% 올랐지만 내수 비중이 늘어난 202개사는 평균 6.31% 오르며 증시를 주도했다.
한국투자증권 김학균 연구원은 “한국 증시의 주축이 내수기업으로 재편되면서 환율이 급락해도 이를 견딜 수 있는 내성이 강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완배 기자 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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