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을 미루고 실낱같은 희망을 가지고 법원의 결정을 초조하게 기다리던 임직원들은 구속영장이 발부됐다는 소식에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들은 대부분 믿어지지 않는다는 듯 망연자실한 모습이었다.
현대차그룹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각계의 탄원도 있고 해서 마지막까지 기대했으나 결국 최악의 상황을 맞고 말았다”며 “앞으로 회사가 어떻게 될지 눈앞이 캄캄하다”고 말했다.
저녁 늦게까지 서울 서초구 양재동 현대차그룹 본사 로비에 모여 비상 대기하던 현대차 계열사 임원들도 소식을 접하고 침통한 표정에 잠겼다.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정 회장이 나오기를 기다리던 일부 임직원은 다시 회사로 돌아오기도 했다. 울산 광주 수원 등 공장에서 야간근무를 하던 직원들도 생산라인에서 라디오를 통해 소식을 접하고는 허탈해했다.
현대차그룹은 정 회장이 68세의 고령인 점을 감안해 이후 구속적부심이나 보석 등을 통해 가까운 시일 안에 풀려나기를 고대하는 모습이었다.
한편 정 회장의 선처를 바라며 탄원서를 냈던 재계도 정 회장의 구속 소식에 당혹감과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정 회장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고령인 점 등을 감안할 때 구속까지 이어질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기아차 광주 공장이 있는 광주상공회의소는 “이번 사건이 지역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염려된다”고 밝혔다.
시민단체의 반응은 엇갈렸다.
바른사회 시민회의 측은 “기업의 투명성을 확보해야 하는 데 이견은 없지만 현대차그룹의 경영 공백에 따른 경제적 부담은 결국 국민이 치를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사법부가 좀 더 신중하게 판단하길 바랐다”며 아쉬워했다.
반면 참여연대 김기식(金起式) 사무처장은 “그동안 검찰이나 법원이 기업 총수라는 이유만으로 미온적인 처벌을 내려 비난을 받아 왔는데 이번 일을 계기로 법과 원칙이 바로 서길 바란다”고 말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박완기(朴完基) 정책실장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비리 사실이 드러남에 따라 정 회장의 구속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의 신용평가회사 무디스는 이날 “정 회장에 대한 검찰 수사가 현대차그룹의 신용 등급에 즉각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며 “하지만 해외 공장 건설과 같은 장기적인 프로젝트가 지연될 가능성이 있어 앞으로 그룹 활동을 계속 주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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