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회장 구속 수감]1.07평 독방서 미결수 신분 첫날밤

  • 입력 2006년 4월 29일 03시 05분


28일 오후 10시 40분경. 정몽구(鄭夢九) 현대·기아자동차그룹 회장이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 청사 동쪽 현관으로 수사관 2명과 함께 천천히 걸어 나왔다.

현관 계단 아래에는 정 회장을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로 호송하기 위해 은회색 아반떼 승용차가 대기하고 있었다. 계단 주위로 넓게 쳐진 노란색 포토라인 바깥에 선 기자들의 카메라에서 연방 플래시가 터졌다.

정 회장은 당황한 듯 2, 3초간 주위를 둘러보다 고개를 숙이고 천천히 계단을 걸어 내려오다 중간에 잠시 서서 고개를 들었다.

그의 얼굴은 어둡게 굳어 있었다. 눈가가 잠시 붉어졌다.

정 회장은 나머지 계단을 내려와 승용차 뒷좌석에 탔다. 그는 함께 탄 두 수사관 사이에 앉아 비좁은 듯 몇 차례 몸을 움직였다. 오후 10시 43분경 승용차는 대검 정문을 통과해 서울구치소로 향했다.

정 회장은 이날 오후 3시 반경 서울중앙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조사를 받았던 대검 1110호실로 다시 와 오랫동안 영장 발부 여부를 기다렸다.

그는 구속 집행 전 대검 1018호 중수1과장실에서 박영수(朴英洙) 대검 중수부장, 현대차 사건 주임 검사인 최재경(崔在卿) 중수1과장과 1시간 동안 차를 마시며 대화를 나눴다.

정 회장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서울중앙지법 이종석(李悰錫)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됐다.

심사가 끝날 때까지 정 회장 변호인 6명과 대검 중수부 검사 2명은 정 회장 구속 여부를 놓고 한 치의 양보도 없는 공방을 벌였다.

검찰은 “정 회장이 비자금 조성을 지시한 것 아니냐”며 “사안이 중하고 횡령 액수가 커 원칙대로 구속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 회장은 “내용을 몰라 답변을 거부했다는 것만으로 증거 인멸이라고 할 수 없지 않으냐”며 “비자금에 대해 구체적인 것은 모른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변호인들은 “정 회장 구속 시 그룹 경영에 차질을 빚고 대외신인도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논리를 편 것으로 전해졌다.

정 회장은 1.07평짜리 서울구치소 독방에서 ‘미결수용자’ 신분으로 수감 생활을 시작했다.

정 회장이 수용된 방에는 TV와 수세식 화장실, 세면기, 식탁을 겸할 수 있는 작은 책상 등이 있고 간단한 이부자리도 마련됐다.

그는 구속적부심을 통해 재판 시작 전에 석방 노력을 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 방에서의 수감생활이 의외로 길어질 수도 있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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