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회장 구속 수감]현대우주항공 유상증자 법리공방 예고

  • 입력 2006년 4월 29일 03시 05분


검 찰 “鄭회장 개인빚 1700억원 털어내기用”

鄭회장측 “사실 왜곡… 계열사 증자참여 문제안돼”

검찰이 구속영장에 밝힌 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그룹 회장의 비리 중에는 2001년 12월 청산된 현대우주항공 유상증자와 관련된 부분이 있다.

현대우주항공은 현대정공 항공사업 부문이 분사해 1994년 설립된 항공기·우주선 제작업체. 정 회장은 당시 이 회사의 최대주주이자 대표이사였다.

이 회사는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빚더미에 올랐다. 빚을 갚기 위해 현대우주항공은 1999년과 2000년 두 차례에 걸쳐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이 증자에는 아직 현대그룹으로 묶여 있었던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 현대정공 등이 참여해 2000억 원이 넘는 돈을 댔다. 당시 이 회사의 주당 가치는 1157원이었지만 계열사들은 주당 5000원씩이나 내면서 증자에 참여해 회사를 도왔다. 하지만 최대주주였던 정 회장은 유상증자에 참여하지 않았고 한 푼도 내지 않았다.

검찰이 문제 삼는 부분은 바로 이 점이다.

계열사들이 증자를 한 돈은 대부분 현대우주항공의 빚을 갚는 데 쓰였다.

그런데 회사가 빚을 갚을 때 하필이면 정 회장이 채무보증을 섰던 돈부터 집중적으로 갚았다. 당시 현대우주항공은 3000억 원 정도의 빚이 있었고, 그 가운데 1700억 원 정도에 대해 정 회장이 채무보증을 선 상태였는데 회사는 증자 자금으로 이 1700억 원만 갚았다.

하지만 정 회장의 변호인 측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정 회장이 회사 빚에 지급보증을 선 것은 대표이사로서 의무적으로 한 것으로 정 회장이 대표이사를 그만두면서 지급보증 의무도 자연스럽게 사라졌다는 것. 이 사실을 두고 검찰이 ‘증자 자금을 개인 빚을 갚는 데 썼다’는 식으로 왜곡하고 있다고 반론을 펼친다.

그룹 계열사들이 현대우주항공을 도운 증자 자체도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다.

외환위기 직후 5대 그룹은 높은 부채비율 때문에 대외신인도에 금이 갔던 상태. 당시 정부가 직접 나서 ‘계열사들이 돈을 내건, 최대주주가 사재를 털건 부채비율을 낮춰라’고 엄명을 내렸고 현대그룹도 이에 따랐을 뿐이라는 것이다.

당시 정황에 대해 해석이 엇갈리는 만큼 재판이 시작되면 검찰과 변호인 측의 치열한 법리 공방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완배 기자 roryrery@donga.com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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