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후진은 없다”…경영회의서 조직 다잡기

  • 입력 2006년 5월 2일 02시 59분


총수 공백 사태를 맞은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이 경영 정상화 의지를 보이며 사태 수습에 들어갔다.

현대차는 1일 정몽구 회장 구속 후 첫 경영전략회의를 열었고 기아차는 조만간 미국 공장을 착공할 뜻을 내비쳤다.

하지만 정 회장 수사 영향을 직접 받은 4월의 자동차 판매량이 급감하는 등 심상찮은 징후가 잇따라 나타나고 있다.

○ 경영정상화를 위한 노력

현대차는 1일 김동진 총괄부회장 주재로 경영전략회의를 열었다. 매달 1일 열리는 경영전략회의는 부사장급 이상 임원이 참석해 영업 현황 등 회사의 주요 사안을 논의하고 미래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목적이다.

이날 회의에서 김 부회장은 최근의 판매 부진에 대해 관련 부서를 질책하고 목표 달성에 매진해줄 것을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아차도 조만간 미국 공장 공사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기아차 관계자는 “미국 공장 생산 일정을 맞추려면 곧 공사를 시작해야 한다”며 “착공식 역시 기아차와 조지아 주(州) 정부 모두에 포기할 수 없는 이벤트이므로 일단 공사에 들어가고 착공식은 뒤로 미루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공장이 들어설 웨스트포인트 시(市) 현지 방송인 WTVM TV도 최근 “반드시 착공식을 한 뒤 공사를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빌리 해드 웨스트포인트시장의 발언을 인용해 다음달쯤 공사를 시작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현대차그룹의 행보는 ‘총수 부재(不在)’의 충격에도 불구하고 경영의 고삐를 늦추다가는 최근 몇 년간 이어온 성장세가 급격히 꺾일지 모른다는 위기감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일부 외신이 최근 현대차그룹의 위기를 연일 상세히 보도하면서 과거 대우그룹의 몰락과 연계시키고 있는 상황도 그룹으로서는 신발끈을 조이게 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 여전히 사라지지 않는 위기감

검찰 수사의 여파는 실적 악화로 가시화하고 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들은 “4월 한 달 동안 현대차가 국내에서 4만5000대가량 팔린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정확한 집계는 2일 발표될 예정이다.

4월 내수 추정 판매량은 3월 판매량 5만1462대에 비해 15% 가까이 줄어든 것이다.

현대차는 올해 들어 1월 4만522대, 2월 4만5486대 등으로 내수 판매량이 계속 상승세를 이어왔으나 지난달 급감했다. 현대차의 지난달 해외 판매도 전월에 비해 줄어든 것으로 알려져 검찰 수사가 해외에서 회사 이미지에 영향을 준 것이 아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한편 미국 일간지 디트로이트 뉴스는 지난달 30일자에서 “한국에서 정몽구 회장을 수사한다는 것은 미국 미시간 주의 주지사를 탄핵하는 것과 같다”며 “전 세계로 타전된 정 회장의 구속수감 장면을 보면서 과거 대우그룹의 몰락을 떠올리게 된다”고 썼다.

미국 경제주간지 포천도 현대차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정몽구 회장의 부재에 따른 경영 공백이 상상을 뛰어넘는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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