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형과 내실, 두 마리 토끼 잡아
야구에 ‘20-20 클럽’이라는 말이 있다. 한 시즌 동안 홈런과 도루를 각각 20개 이상 기록한 ‘호타준족’ 선수에게 주어지는 영예다.
대개 장타력이 좋은 선수는 기동력이 떨어지고, 빠른 발을 갖고 있으면 파워가 모자란 경우가 대부분이라 이 클럽에 들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다. 2004년과 2005년 한국 프로야구에서 이 기록을 달성한 선수가 한 명도 없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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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진제약은 경영 분야에서 ‘20-20 클럽’을 달성한 기업이다.
이 회사는 1999년부터 5년 동안 연평균 매출액과 순이익이 모두 20% 이상 성장했다.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같은 기간 이를 해 낸 기업은 상장기업 677개 중 19개에 불과했다.
숨겨진 기록은 또 있다.
최근 증권선물거래소 발표에 따르면 12월 결산법인 328개 중 순이익이 6년 연속 증가한 곳은 9개뿐. 여기에도 삼진제약이 포함됐다. 종업원 1인당 매출액도 2001년 1억 원 미만이었던 것이 지난해 2억2000만 원으로 껑충 뛰었다.
이 모든 것이 어떻게 가능했을까. 그 사이 블록버스터급 신약을 개발한 것도 아니었다.
이 사장에게 비결을 물었더니 대답은 간단했다.
“그저 회사는 직원을 잘 보살피고, 직원은 주인 의식을 갖고 열심히 일하면 되는 것이죠.”
○ 노사 화합이 핵심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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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진제약은 소비자에게는 두통약 ‘게보린’ 정도로만 알려진 기업이다. 하지만 제약업계에서는 1977년부터 주5일 근무제를 시작했을 정도로 사원 복지에 투철한 기업으로 정평이 나 있다.
이 사장은 회사 최초의 ‘봉급쟁이’ 출신 사장으로 2001년 취임했다.
그는 30년 동안 ‘영업맨’으로 근무해 소량 다품종 생산구조로 치열한 경쟁을 하는 국내 제약업계의 현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사람 중시 경영’은 이런 이유에서 시작됐다. 직원들이 불만 없이 일에 매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그는 우선 임금협상 관행을 바꾸기로 했다.
“4, 5개월씩 걸리는 교섭 기간은 노사 모두에 낭비입니다. 그래서 노조가 그해 원하는 임금 액수를 사측이 먼저 제시했죠.”
이에 노조는 ‘무교섭 합의 선언’으로 화답했다. 임금 무교섭 합의만 벌써 5년째다. 1968년 창사 이래 38년간 무분규 사업장의 기록도 이어갔다.
한 달에 한두 차례 신입사원부터 임원들까지 함께 회사 인근의 찜질방을 찾아 대화를 나누는 ‘찜질방 경영’도 유명하다.
“올해 목표는 매출 1500억 원입니다. 물론 벅차죠. 하지만 우리 직원들을 보면 불가능할 것 같지도 않아요.”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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