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경영학자 니시무라 가쓰미의 책 제목입니다. 매너리즘에 빠져 무의미한 회의를 반복하는 회사를 비판하는 내용이죠.
이렇게 매일 회의하는 회사를 최근 알게 됐습니다. 지난해 2월 설립된 한국개인신용(KCB)이란 회사죠. 이 회사는 사장을 포함한 임원 5명이 매일 오전 8시부터 두 시간가량 임원회의를 합니다.
이 회의는 시작한 지 1년이 넘었는데 휴가자와 해외 출장자를 빼면 출석률 100%입니다. ‘매일 하는 임원회의’로는 기네스북감이죠.
야근을 하거나 늦게까지 회식을 했던 임원들은 맑은 정신을 유지하려고 회의 때 ‘독한’ 커피를 2잔 이상 마시고 일부는 줄담배도 피웁니다.
회의에 지친 임원들이 슬쩍 “황사가 심해졌다”는 등으로 화제를 돌리기도 하지만 김용덕 사장은 예외 없이 화제를 다시 일로 돌린다고 합니다. 한 임원은 “꾀를 부릴 여지가 없어 죽을 맛”이라고 하소연합니다.
이 회사는 19개 금융회사에서 모은 고객의 신용 정보를 관리합니다. 연체 정보 등 ‘불량 정보’를 수집했던 기존의 신용관리회사와는 다릅니다. KCB는 고객이 공과금을 성실하게 납부한 실적 등 ‘우량 정보’를 관리하는 국내 최초의 회사입니다.
초기엔 실무진 사이에 불협화음도 많았습니다. 대부분의 업무 매뉴얼이 없는 상태였기 때문이죠. 문제를 해결하려고 부서 회의를 자주 열자니 ‘바보들의 회의’가 될 상황이었습니다.
김 사장은 “차라리 상품, 마케팅, 정보기술(IT) 담당 임원이 각자 맡은 분야를 모두 파악해 의사소통을 원활하게 하자”고 했습니다.
임원을 신용 관리 전문가로 만들어 부서 간 의사소통을 하자는 뜻이었죠. 결국 KCB는 1년 만에 19개 금융회사의 데이터를 모으고 분석하는 시스템을 갖췄습니다. 미국과 영국 등이 4년 이상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던 일입니다.
김 사장은 “매일 아침 임원들이 마신 ‘쓴 커피’가 만들어 낸 성과”라며 “하지만 회의는 1년 정도 더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KCB의 회의가 ‘바보’ 대신 ‘신용 관리 전문가’를 키워 내기를 기대해 봅니다.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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