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찾겠다 ‘LG’… 브랜드가 숨었다

  • 입력 2006년 5월 2일 02시 59분


《‘어디로 숨었을까….’ 한국의 대표 기업 중 하나인 LG의 브랜드와 로고가 최근 눈에 잘 띄지 않고 있다. 국내 어느 곳에서나 쉽게 마주칠 수 있었던 브랜드 LG. 하지만 지난해부터 공식 광고를 제외한 일상에서는 좀처럼 만나기 어려워졌다. 자산총액 기준으로 올 4월부터 SK에 이어 재계 서열 4위로 낮아졌지만 그 이전만 해도 삼성, 현대·기아자동차그룹에 이어 서열 3위였던 LG 브랜드가 어디로 숨은 것일까.》

○대거 GS로 바뀐 LG 브랜드

LG그룹은 지난해 3월 LG, GS, LS 등 3개 그룹으로 분리됐다.

LG그룹에는 LG전자, LG화학, LG텔레콤 등 전자 화학 통신 분야 계열사가 남았다. GS그룹에는 GS건설, GS칼텍스, GS홈쇼핑 등 소비자와의 직접 접촉이 많은 내수분야 기업이 대거 포함됐다. LS전선, LS산전 등은 LS그룹으로 분리됐다.

전문가들은 내수시장을 기반으로 하는 LG 계열사들이 지난해 GS로 분리되면서 고객과의 접점에 있던 LG 브랜드의 노출 빈도가 급감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LG브랜드 홍보의 첨병 역할을 했던 주유소, 편의점, 홈쇼핑 등이 GS로 바뀌면서 LG 브랜드가 급격히 위축됐다는 것.

실제 LG 주유소 및 충전소 3400개가 모두 GS칼텍스로 옷을 갈아입었고,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에 위치한 편의점 LG25 2150개도 GS25로 변모했다.

주택건설업계의 프리미엄 브랜드인 LG자이도 GS자이로 변신했다. GS건설은 이미 20여 개 아파트 단지에 GS 브랜드를 붙였다. 고속도로와 도심 광고 간판 450여 개도 모두 교체했다.

LG홈쇼핑도 GS홈쇼핑으로 이름을 바꿨으며, 1999년 LG그룹에서 분리된 LG화재도 최근 LIG로 이름을 바꿔 LG 브랜드 노출이 줄어드는 데 영향을 줬다.

○프리미엄 브랜드 전략으로 승부

TV 세탁기 에어컨 휴대전화 등 주요 전자제품을 엑스캔버스, 트롬, 휘센, 싸이언 등 제품 이름 중심으로 광고·홍보하는 것도 LG 브랜드의 위축 요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광고·홍보 전문가는 “소비자들은 엑스캔버스 하면 박지성, 휘센 하면 이영애를 떠올리지 LG를 연상하지는 못한다”며 “제품 중심의 브랜드 전략이 장기적으로는 LG 브랜드의 힘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LG그룹도 국내 시장에서의 브랜드 관리 필요성을 느끼지만 마땅한 대안이 없어 고심하고 있다.

최근 그룹 산하에 ‘브랜드 관리팀’을 신설했지만 해외시장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국내 시장과 관련해서는 아직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그룹 실적이 최근 크게 악화되면서 대대적인 경비절감에 나선 것도 브랜드 홍보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는 한 원인이 되고 있다.

정상국 LG그룹 홍보담당 부사장은 “지난해 계열 분리 이후 LG 브랜드 노출이 감소하고 있지만 이미 LG의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만큼 단순한 브랜드 홍보보다는 프리미엄 브랜드로서 이미지를 강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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