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 0” 현대·기아車, 매수 시점도 안개속

  • 입력 2006년 5월 3일 03시 00분


회장이 구속된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이 주식시장에서도 악화 일로를 걷고 있다.

정몽구 회장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 방침이 알려진 지난달 27일부터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주가는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2일 두 회사의 지난달 국내 및 해외 판매가 모두 급감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주가 하락세는 더욱 뚜렷해졌다. 거래일 기준으로 3일 동안 현대자동차 주가는 6.6%, 기아자동차 주가는 3.6% 떨어졌다.

달러당 원화 환율 하락(원화가치 상승)으로 인한 실적 악화는 수출기업들이 예외 없이 겪는 어려움이다. 그러나 검찰 수사로 그룹 이미지가 크게 훼손된 상황에서 실적마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남에 따라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주가가 어디까지 떨어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실적 악화할 것… 지켜볼 때

증시 전문가 사이에서는 당분간 투자를 자제하면서 상황 변화를 지켜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신영증권 조용준 리서치센터장은 “그동안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실적이 1분기(1∼3월)에 바닥을 치고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가 많았지만 현재 수준의 원화가치 강세가 계속된다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자동차업종에 대한 투자 의견으로 ‘중립’을 제시했다.

원화가치가 강세를 보이면 국내에서 생산해 수출하는 제품은 가격이 높아져 판매가 줄어들 가능성이 커진다.

신영증권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이 50원 떨어질 때마다 현대자동차의 영업이익은 3800억 원씩 줄어들 것으로 추산된다.

환율로 인한 가격경쟁력의 열세를 극복할 돌파구로 기대됐던 미국 현지 공장의 소식도 밝지만은 않다. 지난해 준공된 미국 앨라배마 공장에서 생산하는 NF쏘나타의 재고는 1월 3만7000대에서 3월 4만6000대를 넘어섰다. 4월에는 재고가 더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자동차업체들은 원화가치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정된 엔화가치를 바탕으로 미국 시장에서 할인 마케팅 공세를 펴고 있다.

조 센터장은 “현대자동차 노조가 9.2%의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어 비용 절감은 더 어렵게 됐다”며 “실적 개선은 4분기(10∼12월)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증권 김학주 리서치센터장도 “영업이익이 계속 줄어들면 신차 개발 계획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며 “갈수록 경쟁이 심해지는 세계 시장에서 신차 개발이 늦어지면 수익성 악화가 장기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 정 회장 복귀가 관건… 매수할 때

그러나 주가가 실질적인 가치보다 저평가돼 있는 점을 감안해 매수에 나설 만한 시점이라는 의견도 있다.

우리투자증권 안수웅 연구위원은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은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더 탄탄한 저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업”이라며 “검찰 수사를 계기로 지배구조가 개선되고 경영이 투명해져 장기적으로는 호재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신차 개발은 5년 주기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검찰 수사로 별다른 타격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안 연구위원은 “정 회장이 경영 일선에 얼마나 빨리 복귀하느냐가 장기적인 주가 흐름을 결정하는 관건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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