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 “‘상선’지분 10% 넘겨라”…현대重선 거부

  • 입력 2006년 5월 3일 03시 00분


현대그룹은 2일 “현대중공업그룹의 현대상선 지분 매입은 명백한 적대적 기업 인수합병(M&A) 시도”라며 “현대중공업이 현대그룹의 경영권 방어를 돕는 백기사를 자처한다면 현대상선 지분 10%를 우리 쪽에 팔아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러나 현대중공업 측은 “현대그룹의 요구를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반박해 양측의 감정싸움이 고조되고 있다.

전인백 현대그룹 기획총괄본부 사장은 이날 서울 종로구 적선동 현대상선 12층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현대중공업의 현대상선 지분 매집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밝혔다.

전 사장은 “우리 입장을 담은 문서를 2일 오전 현대중공업 대표이사와 기획실장 앞으로 보냈다”면서 “현대중공업이 우리의 요구를 받아들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달 27일 현대중공업이 현대상선 지분 26.68%를 4950억 원에 사들인 데 대한 현대그룹의 첫 공식 반응이다.

그는 “현대엘리베이터가 갖고 있는 지분 17.2% 등 현대그룹의 현대상선 내부 지분이 35%이므로 현대중공업의 상선 지분 10%를 팔더라도 우호 지분이 절반을 넘게 돼 경영권 방어 목적은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현대중공업은 이달 15일로 예정된 현대상선 유상증자에 참여하지 말아야 하고 추가적인 지분 매집도 하지 말아야 한다”고 요구했다.

전 사장은 이어 “만약 현대중공업이 우리 요구를 수용하지 않으면 현대중공업 스스로 적대적 M&A를 시도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현대중공업 측은 “지분 10%를 현대그룹으로 매각하라는 요구는 받아들이기 어렵다”면서 “유상증자 참여 및 추가 지분 매입 여부는 이사회에서 결정할 사안이므로 이사회 협의를 거쳐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중공업은 이와 함께 “현대그룹이 공식 대화도 요청하지 않고 언론을 통해 이런 요구를 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최영해 기자 yhchoi65@donga.com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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