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매달 두 차례 하던 외환보유액 규모 발표를 앞으로는 한 번만 하기로 했습니다.
외환보유액은 국가의 대외(對外) 준비자산을 나타내는 척도입니다.
지금은 2200억 달러를 넘어섰지만 외환위기로 국가가 부도 위기에 직면했던 1997년 말 외환보유액은 100억 달러를 밑돌았습니다.
한은은 3일 “반월(半月·15일) 단위로 발표하던 외환보유액 통계를 5월부터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한은이 발표하는 외환보유액은 사실 일반인에게는 큰 관심거리가 아닙니다. 일반인이야 2000억 달러든 2100억 달러든 큰 차이를 느끼겠습니까.
한은의 설명도 그렇습니다. 이제 외환보유액은 국민적 관심사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한은 관계자는 “국제통화기금(IMF) 권고도 ‘월 1회 이상’이기 때문에 문제될 게 없고 유럽 국가들과 일본 대만 등도 한 달에 한 번만 발표한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외환시장, 특히 외환 당국의 움직임을 주목하는 사람들의 생각은 좀 다릅니다. 보름 단위로 발표되는 외환보유액을 보고 당국의 시장 개입 강도를 가늠하니까요.
올해 1월(65억4000만 달러 증가)이나 4월(55억5000만 달러 증가)처럼 외환보유액이 크게 늘어나면 ‘당국이 달러를 많이 사들였구나. 환율 방어 의지가 강하구나’라고 생각합니다.
한 딜러는 “한은이 한 달에 두 번 맞을 매를 한 번만 맞고 싶은 모양”이라고 했습니다.
한은은 기회 있을 때마다 “외환시장 개입은 미조정에 그치겠다”고 공언했는데 요즘처럼 여러 곳의 압력에 밀려 ‘미조정’을 넘어서는 개입을 하면 비난받기 딱 좋거든요.
KB선물 오정석 투자전략팀장은 “최근 외환보유액이 크게 늘어 당국이 부담스러워하는 것 같다”고 했습니다.
외환 당국은 달러당 원화 환율이 934원 선으로 떨어진 3일 시장 개입을 거의 하지 않았습니다. 지난주 20억∼30억 달러를 사들인 것이 부담이었을까요?
아무튼 앞으로 강도 높은 시장 개입을 해도 잘 ‘들키지’ 않게 된 당국의 행보가 궁금해집니다.
정경준 기자 news9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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