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매출 6535억 원과 영업이익 496억 원으로 2004년의 부진을 말끔히 씻었는데….
“매출은 37%, 영업이익은 609% 증가했다. 셋톱박스 시장이 발전해야 성장할 수 있는데 시장이 정체되다 보니 우리가 앞서 나갈 여지가 별로 없었다. 경쟁자는 쫓아오고 조직이 커지면서 내부 비효율이 생겨 경쟁력이 떨어졌다. 지난해 고선명(HD) 셋톱박스와 녹화가 가능한 개인용비디오녹화기(PVR) 내장형 셋톱박스 시장이 열리면서 다시 성장하게 됐다.”
―한때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이 20∼30%인 때도 있었지만 최근에는 8∼9% 수준인데….
“새로 시작한 디지털TV, 디지털오디오방송(DAB) 수신기가 정상 궤도에 들어서지 않아 영업이익률이 떨어졌다. 1, 2년 동안 시장이 더 커져 셋톱박스처럼 규모의 경제를 달성할 수 있게 되면 이익률도 올라갈 것이다. 현재 사업구조에서 영업이익률 목표는 15%다. 그 정도면 제조업체로는 초우량 기업이다.”
―발주를 하는 업체에 따라 휴맥스의 실적 진폭이 심하다. 최대 발주업체인 미국 디렉TV가 마음을 바꾼다면 2004년 사태가 재연될 수 있지 않나.
“앞으로 수년 동안 그런 걱정은 없다. 디렉TV 사업은 원래 우리 제품을 삼성전자 이름으로 납품한 것이다. 그러다 삼성전자가 직접 하겠다고 해서 1년 정도 공백이 생겼다. 지난해 9월부터 휴맥스의 이름으로 공급하고 있다.”
―경인방송 사업자 신청에 뛰어들었다가 안 하기로 했는데….
“한국에서 지상파 방송을 비즈니스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분위기였다.”
―단말기 회사가 방송사를 가지면 적지 않은 폭발력이 있을 것 같은데….
“휴맥스의 사업을 확대하면 어떤 구조가 가능할지 생각해 본 적이 있다. 방송사 같은 서비스사업과 반도체 같은 부품사업에 진출할 수 있을 것이다. 부품사업은 때가 되면 하면 된다. 서비스사업은 5∼10년을 놓고 보면 지상파에 들어갈 또 다른 기회가 있을 것 같다. 그때가 되면 국내 방송 풍토도 좀 달라져 있지 않을까.”
―증권가에서는 휴맥스에 대해 1, 2년은 투자해도 되는 회사로 본다. 하지만 삼성전자처럼 5년, 10년 뒤까지의 그림은 안 그려진다고 한다.
“실제로 그렇다. 삼성전자가 항공모함이라면 휴맥스는 작은 배다. 우리는 어지간한 파도는 이겨 내겠지만 큰 파도는 힘겹다. 항공모함처럼 안정적인 회사가 되려면 규모가 더 커져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휴맥스가 안정적이라고 주장하는 이유도 있다는데 무엇인가.
“휴맥스처럼 글로벌 인프라가 갖춰진 셋톱박스 업체도 드물다. 해외 현지법인 12개가 활발하게 마케팅을 벌이고 있으며 생산은 이미 중국 인도 폴란드로 다변화했다. 거래 국가는 90여 개국이다. 1, 2년 만에 만들어 낼 수 있는 인프라도 아니고 곧 망할 인프라도 아니다. 우리는 1997년과 2004년 2차례 어려움을 겪었지만 극복했다. 많은 기업이 잘나가다가도 한 번 꺾이면 끝이 아닌가.”
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
|
변대규 사장은… △1960년생 △1983년 서울대 제어계측공학과 졸업 △1985년 서울대 제어계측공학 석사 △1989년 서울대 제어계측공학 박사 △1989∼1998년 건인시스템 대표이사 사장 △1998년 휴맥스로 사명 변경 △1998년∼현재 휴맥스 대표이사 사장 △1998∼2005년 한국벤처기업협회 부회장 △1999년 2000만 달러 수출유공자 대통령상 수상 △2001년∼현재 벤처리더스클럽 회장 △2002년 한국공학한림원 젊은 공학인상 수상 △2002년 세계경제포럼(WEF) 아시아 차세대 지도자 선정 △2005년 한국공학한림원 최연소 정회원 선정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