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은… 입는 것이다? 티셔츠-신발 개성표현 상품 인기

  • 입력 2006년 5월 4일 03시 05분


현대백화점 김석주 영캐주얼 담당 바이어는 티셔츠 마니아다.

그는 올해 초 서울 마포구 상수동 홍익대 앞 한 갤러리의 대학생 회화 전시작품을 보면서 직업적 영감이 떠올랐다고 말했다.

‘대학생들의 톡톡 튀는 작품을 티셔츠 배경 그림으로 넣어보자’는 아이디어였다.

김 바이어는 “누구나 입을 수 있는 티셔츠만큼 훌륭한 전달매체는 없다”며 “학생들도 ‘티셔츠를 같이 만들어 보자’는 제안에 ‘작품을 더 많이 알릴 수 있는 기회’라며 좋아했다”고 말했다.

최근 젊은 층을 중심으로 티셔츠와 운동화가 ‘작품 세계와 개성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널리 활용되고 있다.

○ ‘걸어 다니는 갤러리’

현대백화점은 홍익대 회화과 학생들의 작품 18점을 담은 티셔츠를 5일부터 서울 신촌점, 목동점, 천호점에서 전시 판매한다. 전시회 이름은 ‘당신은 나의 아름다운 미술관’.

운동화도 멋진 표현 수단이 되고 있다. 유명 회사의 커다란 로고를 좌우 양쪽에 부착한 게 전부였던 운동화가 만화, 추상화 등을 그려 넣는 ‘스케치북’이 되고 있다.

운동화 편집매장 ABC마트는 최근 하얀 운동화에 마음껏 그림을 그려 넣는 디자인 공모전을 열었다. 무려 1200점이 넘는 작품이 출품됐다고 한다.

국토 대장정 경험을 담은 그림일기 운동화, 거북선과 탈 등 한국적인 분위기가 녹아나는 운동화 등 다양한 작품이 많았다.

ABC마트는 이 중 200여 점을 선정해 14일까지 서울 중구 명동점에서 전시회를 열 예정이다.

○ ‘옷 신발은 개성 표현수단’

“운동화요? 단순히 신는 용도 이상이죠. 신는 즐거움에 보는 즐거움, 내가 어떤 사람인지 말해 주는 메신저 역할도 해주죠.”

대학생 운동화 마니아로 알려진 최영(24) 씨. 그는 만화 캐릭터와 몬드리안의 추상화 등을 그려 넣은 ‘타키 바이 영 최’를 만들어 운동화 멀티숍 스프리스에서 판매하고 있다.

11년 동안 250켤레나 모은 그에게 운동화는 예술품이면서 자신을 표현하는 도구다.

그가 팔고 있는 신발 중에는 자신을 캐릭터화해 만든 제품도 있다. ‘남과 똑같은 운동화는 질색’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최 씨 같은 개성파 젊은이들이 늘면서 ‘신발에 색칠을 해 보라’며 신발과 물감을 세트로 파는 신발 제조업체들도 나타나고 있다. 아디다스의 ‘아디컬러’가 그런 제품이다.

김 바이어는 “젊은이들에게 티셔츠와 운동화는 ‘본래 용도’ 외에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을 알리는 메신저 역할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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