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꿈 이뤘지만 자금 마련은 걱정
이날 오전 10시 당첨자들에게 공개된 모델하우스는 들뜬 목소리로 가득했다. 10년 전매(轉賣) 금지 기간을 감안하더라도 당장 2억∼4억 원의 차익을 기대할 수 있는 ‘판교 로또’에 당첨된 기쁨 때문이었다.
1996년 분당구 야탑동으로 이사하면서 ‘판교 입성’ 계획을 세웠다는 조윤형(41) 씨는 “아침 회의 중 은행이 휴대전화로 보내준 당첨 문자서비스를 받고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면서 “오후에 슬그머니 회사에서 빠져 나왔는데 주변에서 혼자만 당첨돼 ‘한턱 쏠 일’이 걱정”이라면서도 웃었다.
풍성주택의 이태석 분양소장은 “오전 8시부터 당첨자 수십 명이 모델하우스 앞에 줄을 서서 기다렸다”고 말했다.
하지만 고(高)분양가 논란이 일었던 민간임대 아파트 모델하우스에서는 당첨의 기쁨도 잠시. 자금 마련 준비에 걱정이 앞서는 모습이었다.
판교 세입자 특별 공급분을 받은 황인식(56) 씨는 “새 집이 생겨서 좋기는 하지만 계약금도 마련하지 못했다”며 “분양전환이 되는 10년간 임차료를 어떻게 낼지 걱정”이라고 했다.
경기 용인시에서 온 한영현(56) 씨는 “일본에 있는 아들 이름으로 당첨됐는데 임차료를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아 계약을 포기할까 고민 중”이라고 털어놨다.
건설교통부와 경기도, 성남시는 이날부터 판교지역을 중심으로 수도권 일대에 투기단속반을 투입해 불법 전매행위에 대한 단속을 시작했다.
○ 낙첨자들 “이만한 기회 또 언제…”
반면 청약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낙첨자들은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
A 대기업의 이성훈(36) 과장은 “경쟁률이 680 대 1이나 돼 기대하지 않았지만 막상 떨어지니 허탈하다”면서 “이런 조건으로 서울 강남권 요지에 집을 마련할 기회가 다시는 올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부적격 당첨이나 계약 포기자를 고려해 평형별로 당첨자의 20% 범위 안에서 발표한 예비 당첨자에 포함된 사람들은 ‘혹시나’ 하는 기대감을 내비쳤다.
건설사들은 계약기간 중 당첨자의 무주택기간, 과거 당첨사실, 이중당첨 여부 등을 가려내 통보할 예정이다. 통보를 받은 뒤 2주일 안에 소명하지 못하면 당첨이 취소되고 예비 당첨자 우선 순위자에게 계약 기회가 돌아간다.
○ 최고령은 98세, 최연소는 23세
민간 분양 아파트 당첨자 중 최고령자는 풍성주택 신미주 아파트 33B형에 독립유공자 특별공급으로 당첨된 만 98세(1908년 1월생)의 유말복(서울 동작구 사당동) 할머니. 손녀 김모(32) 씨는 “3대가 같이 살 집이 생겨 할머니가 무척 기뻐하신다”고 말했다.
반면 가장 젊은 당첨자는 이지건설의 더원 32A형에 당첨된 손모 씨. 1982년 12월생으로 만 23세다. 손 씨와 같은 아파트에 당첨된 김모 씨도 만 23세로 1982년 6월생이다.
당첨자 명단에는 ‘노무현’ ‘김대중’을 비롯해 전현직 장차관, 연예인과 이름이 같은 사람이 많이 있었지만 동명이인들이었다.
○ 청약자 몰려 발표 사이트 북적
46만7000여 명의 청약자들이 이날 오전 8시 반경 당첨자 명단을 게재한 사이트로 몰리면서 사이트가 일시적으로 다운됐다.
이런 상황은 오전 10시경 대부분의 언론사 홈페이지와 포털 사이트에 당첨자 명단이 실릴 때까지 계속됐다. 이 때문에 각 인터넷 사이트에는 불만을 터뜨리며 건교부를 비판하는 글이 수십 건씩 올랐다.
성남=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박중현 기자 sanju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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