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환율 하락은 전 세계적인 미 달러화 약세에 따른 것이어서 수출기업들의 비명에도 불구하고 외환 당국이 손쓸 여지가 별로 없다는 분석이다.
○6개월 만에 최대 폭 하락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직전 거래일인 4일보다 11.7원(1.26%) 떨어진 927.9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1997년 10월 23일(921.0원)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며 이날 하락 폭은 지난해 10월 26일(12.5원) 이후 반 년 만에 가장 컸다.
미국의 고용지표가 좋지 않게 나타나 2004년 6월부터 계속된 미국의 금리 인상 행진이 조만간 끝날 것이라는 예상으로 달러화는 세계적으로 약세를 보였다.
서울 외환시장이 연휴로 열리지 않은 사이 엔-달러 환율은 2.05% 떨어져 111엔대가 됐고 달러-유로 환율도 0.85% 하락했다.
여기에 조선업체 등 수출기업들이 원-달러 환율 하락을 예상하고 헤지(위험회피)성 달러화 매도에 나서 하락 폭이 커졌다.
○약(弱)달러 시대 본격화하나
문제는 달러화 가치 하락이 단기간에 끝날 것 같지 않다는 것이다.
미국은 막대한 규모의 쌍둥이(경상수지 및 재정수지) 적자에도 불구하고 잇단 금리 인상으로 달러화 가치를 유지해 왔다. 하지만 금리 인상 행진이 곧 끝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달러화 가치가 급락하고 있다.
미 달러화에 대해 유로화는 올해 들어 7.3%, 일본 엔화는 5.5% 절상됐다. 원화 절상률은 9.0%에 이른다.
한국씨티은행 유현정(柳現廷) 외화자금팀장은 “미국이 아니라 한국이 이런 상황에 처했다면 제2의 외환위기를 맞고도 남았을 것”이라며 “환율의 ‘바닥’이 어디일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환율 하락 반드시 나쁜 것은 아니다
환율 하락은 급등하는 국제유가와 함께 올해 한국 경제에 최대 변수이다. 경상수지, 나아가 경제성장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LG경제연구원 신민영(申민榮) 연구위원은 “아직 수출이 그럭저럭 버티고 있지만 현재 수준의 환율이나 유가가 계속되면 경상수지가 적자를 낼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한덕수(韓悳洙)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도 이날 간부회의에서 “환율과 유가 등 여러 변수가 급변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최근 환율 하락은 정부가 통제할 수 없는 해외 요인에 따른 것이어서 투기세력이 붙는지를 모니터하는 것 외에는 뾰족한 방법이 없다는 게 고민이다.
한편에선 환율 하락, 즉 원화 강세가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원유 등 수입품 가격을 낮춰 물가를 안정시키고 내수 회복에 도움이 된다는 점에서 긍정적 측면이 있다는 것. 수입 자본재 가격 하락은 기업들의 투자 회복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급격한 원화 강세로 달러화로 표시되는 국민소득은 빠르게 늘어나게 됐다.
만약 올해의 연평균 원-달러 환율이 8일 종가인 927.9원이고 인구 변동이 없는 상태에서 예상 경제성장률 5%와 물가상승률 3%를 달성한다면 올해 1인당 국민소득은 1만9447달러가 된다. 지난해는 1만6291달러였다.
연평균 환율이 920원 밑으로 떨어진다면 연내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가 열릴 수도 있다.
○개인 환(換)테크는 어떻게
환율 하락기에는 ‘달러화를 살 때는 천천히, 팔 때는 빨리’가 기본이다. 환전 수수료를 아끼기 위해 공동구매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해외 펀드에 투자하고 있다면 환율 변동에 따른 손실과 수익률을 따져 봐야 한다. 대부분 달러화로 바꿔 해당 국가에 투자하고 고객이 찾는 시점에 다시 원화로 바꿔 인출하기 때문에 펀드 수익률이 높더라도 환율 하락으로 손해를 볼 수 있다. 환율이 급격히 떨어질 때는 만기 전에 찾는 것도 고려해 봐야 한다.
우리은행 유학이주센터 함대욱(咸大旭) 팀장은 “달러화 약세가 계속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유학생 부모처럼 외국으로 돈을 보내야 한다면 환율이 떨어졌다고 한꺼번에 달러화를 사려 하지 말고 조금씩 나눠 매입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정경준 기자 news91@donga.com
홍석민 기자 sm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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