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찰청 중앙수사부(부장 박영수·朴英洙)는 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부장판사 황현주·黃玄周) 심리로 열린 결심 공판에서 분식회계, 재산 국외도피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된 김 전 회장에게 이같이 구형했다.
검찰은 이날 "'대우 사태'에 공적자금 30조 원이 투입돼 국민경제에 막대한 피해를 끼쳤는데도 피고인은 끝까지 '어쩔 수 없었다'며 책임 회피와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이 사건은 차입경영의 악순환, 부실한 재무구조를 무시한 무리한 외형 확장과 경영진의 무책임이 빚은 사건"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 전 회장의 변호인은 " 대우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은 외환위기로 환율과 이자율이 치솟으면서 발생한 약 17조 원 상당의 추가 자금부담과 대우그룹의 일시적 유동성 위기"라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또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대우그룹에 6조 원을 긴급 지원하겠다는 외환정책 당국의 약속만 제 때 지켜졌다면 대우그룹은 정상적 경영을 지속할 수 있었다"고 반박했다.
김 전 회장은 최후진술에서 "혼란기에 본의 아니게 대우그룹으로 인해 어려움과 피해를 입게 된 국민들에게 죄송하다"며 "책임을 통감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나는 '대우와 함께 한 이래 한 순간도 국가와 민족의 미래에 대한 고뇌를 게을리 한 적이 없다'는 자존심 하나로 지난 6년간의 분노와 참회의 시간들을 이겨냈다"고 말했다.
김 전 회장은 이날 환자복 차림으로 링거 주사를 맞으면서 공판정을 지켰다. 그는 미리 준비한 최후진술문을 읽는 내내 눈물을 흘렸으며 서너 차례 안경을 벗고 눈물을 닦기도 했다.
김 전 회장은 지난해 6월 중순 귀국 즉시 체포돼 다음 달 구속 기소됐다. 그는 건강 악화로 구속집행정지 결정을 받아 현재 서울 신촌세브란스 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고 있다. 선고공판은 30일 오후 2시.
전지성기자 vers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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